미국의 무역적자가 3월에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고율 관세를 우려해 기업들이 외국산 제품을 선구매하면서 수입이 급증한 추세가 반영됐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3월 상품무역 속보치에 따르면 3월 미국의 상품 무역 적자는 전월 보다 9.6% 늘어난 162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전월 대비 9.6% 증가했다. 올 1월에 이어 두달 만에 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1450억 달러를 웃돈 수치다.
수입은 전월 대비 5% 늘어난 3427억 달러로, 2024년 12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소비재 수입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자동차 및 자본재 수입도 함께 늘었다. 미국의 수입은 올 2월을 제외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11월 이후 3월까지 급등 추세다. 반면, 수출은 1808억 달러로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수입 급증은 관세를 앞두고 물량을 미리 당겨 들여온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수입 급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월에 부과한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와 4월 초에 발표된 보다 광범위한 관세에 앞서 미국 기업들이 상품과 자재를 확보하려는 최후의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무역 수지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반영되기 때문에 3월의 큰 무역적자는 1분기 미국 GDP 성장률을 끌어내릴 전망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의 GDP나우에 따르면 이날 무역 수지를 반영한 1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는 -1.5%다. 이는 금 수입 영향을 제외한 수치다. 산탄데르 US 캐피털 마켓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스탠리는 그는 무역 수치를 바탕으로 기존 전망치에서 1%포인트를 낮춰 1분기 GDP 성장률이 -2.4%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2분기 이후 GDP 향방은 전망이 엇갈린다. 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들어 수입이 정상화된다면 GDP 성장률도 급격히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4월 들어 관세가 본격 적용되면서 관세 시행전 수입 물량을 늘리는 움직임은 현재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중국에는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발 미국행 컨테이너 선박의 LA항 입항량은 현재 45~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무역 전쟁이 장기화할 수록 기업의 매출 감소와 투자감소, 이로 인한 해고 등 경제의 위험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GDP 상 무역 수지가 줄어는 효과보다 소비나 투자감소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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