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과 건조한 날씨의 지속으로 인해 산불이 초대형화되고 있다. 특히 야간에 발생하는 산불은 헬기 운용이 불가능하고 지형 접근도 어려워 피해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야간산불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기반 시설과 인력, 장비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 핵심은 임도 확충, 산불진화차량 확보, 그리고 산불진화인력의 전문화·정예화에 있다.
먼저 산불 현장 접근성의 핵심 인프라인 우리나라 임도(林道)는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임도밀도는 ㏊당 약 4.1m로, 독일 54m, 오스트리아 45m, 일본 24m 등 산림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초기 산불진화 골든타임 확보를 어렵게 만든다. 특히 야간에는 산불진화헬기 운용이 불가능하므로 지상 접근성 확보가 산불피해 최소화의 핵심 과제가 된다.
산불 진화장비의 절대적 부족도 문제다. 산림청이 보유한 산불진화차는 143대이며, 지방자치단체까지 포함해도 1800대에 불과하다. 전국 산림 면적의 광범위함을 고려하면 산불진화차는 매우 부족하다. 특히 산불에 견딜 수 있는 자체 보호 기능과 열화상․고성능 조명을 갖춘 야간 전용 산불진화차량의 보급이 시급하다. 산불의 초동 대응력 강화를 위해 장비의 분산 배치와 신속 전개가 가능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인력보강 측면에서도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현재 산림청 소속의 진화인력은 2000명이 안 되며, 그중 산불을 전문으로 진화하는 공중진화대와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500여명 수준에 그친다. 지자체의 잔불 정리하는 진화인력을 포함해도 1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최근 산불이 동시다발, 초대형화돼 인명과 재산 피해가 매우 커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산불 전문 대응인력의 중요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산불진화대는 고지대, 급경사지 등 일반 인력이 진입하기 어려운 산림내에서 고난도 산불 대응을 수행하는 정예 부대로,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산림청은 산불 현장 대응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의 질적 향상과 함께 규모 확대가 병행되어야 하며, 향후 전문화된 산불진화 인력은 지금의 2배 이상 규모로의 증원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야간 작전에 필요한 열감지 장비, 안전 보호구 등의 장비와 통신체계, 체력·기술 훈련이 정례화되어야 하고 이들을 산불재난 전문인력으로 육성하는 산불전문교육센터 설립 등 제도적 기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또한 산불진화대를 교육 및 훈련 수준에 따라서 등급별로 구분하고 등급별 임무 및 역할에 따른 보수체계 등을 새롭게 할 필요성이 있다. 산불 발생시 현장에 투입되어 산불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숙련된 산불진화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의 개발, 훈련체계 등의 교육시스템 마련을 위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경북·경남지역의 초대형 산불을 계기로 야간 산불진화 역량 강화를 위해 임도, 산불진화차, 산불진화대 관련 예산을 이번 추경을 통해 일부 반영했다. 이는 매우 환영할 만한 조치이다. 다만 산불 대응력은 단기적 예산으로 해결될 수 없다. 산림청을 중심으로 중장기적 안목을 갖고 지속적인 예산 투자와 체계적 인프라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 이순간부터 주간 산불 대응 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야간산불 대응 능력을 기초부터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산림을 지키는 일은 곧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이제는 의지와 실천이 중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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