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의 생명은 정확성이다. 올해 마스터스에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이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최종일 결정적인 순간마다 매킬로이의 아이언 샷은 핀을 향해 정확히 꽂히며 그에게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영광을 안겨 줬다.
아이언의 방향성과 직접 관련된 부분이 라이각(lie angle)이다. 클럽을 지면과 평행인 상태로 놨을 때 지면과 샤프트가 이루는 각을 말한다. 라이각이 클수록 샤프트가 수직에 가까워져 상대적으로 ‘업라이트(upright)’하다고 표현한다. 반대로 라이각이 작을수록 상대적으로 ‘플랫(flat)’하다고 한다.
한 골퍼가 똑같이 셋업을 하는 경우 같은 번호의 아이언이라도 라이각이 큰(업라이트한) 클럽으로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면 토가 들리게 된다. 라이각이 작은(플랫한) 클럽은 힐이 올라간다.
토가 들리느냐 내려가느냐는 볼의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페이스 방향이 변하기 때문이다. 토가 들리면 페이스가 왼쪽을 향하면서 풀이 날 확률이 크다. 이와 달리 토가 내려가면 페이스가 우측으로 향해 푸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급경사의 발끝 오르막에선 왼쪽으로 감기는 샷이 나오고, 발끝 내리막에선 우측으로 밀리는 것과 비슷하다. 이를 감안해 경사지에서는 오조준을 하는 것이다.
라이각의 중요성에 대해 일찌감치 눈을 뜬 브랜드가 있었으니 바로 핑골프다. 핑은 1972년부터 라이각에 따라 아이언을 색깔로 구분하는 컬러 코드 차트를 도입했다. 이를 토대로 각 골퍼에게 맞는 최적의 라이각 아이언을 추천해 준다.
▲5도 변하자 볼 방향은 완전히 반대
우리는 핑 본사 피팅 스튜디오에서 라이각에 따라 샷의 방향이 실제로 얼마나 변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핑에서 피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의진 과장이 직접 샷을 날렸다.
김 과장에게 가장 적절한 라이각은 블랙 라이였는데, 핑의 올해 신제품인 G440 아이언 7번 기준으로 라이각은 62도였다. 블랙 라이 아이언으로 5회 샷을 날린 결과 페이스 각은 평균 2도 열려 맞았고, 볼의 탄착군은 중앙에서 평균 1야드 좌측을 향했다.
이번에는 블랙 라이보다 3도 업라이트한 화이트 라이(65도) 아이언으로 때렸다. 그러자 페이스 각은 평균 0.6도 닫힌 채 임팩트가 이뤄졌다. 볼의 낙하지점은 평균 16.9야드 좌측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블랙 라이보다 2도 플랫한 오렌지 라이(60도) 아이언으로 교체해 샷을 날려봤다. 임팩트 때 페이스 각은 5.4도 열렸고, 볼은 평균 15.5야드 우측에 떨어진 결과를 보였다.
화이트(65도)와 오렌지(60도) 아이언의 라이각은 5도 차. 어떤 이는 “고작 5도”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5도로 인해 볼의 방향은 완전히 반대가 됐다. 볼이 떨어진 좌우 거리 평균 차이도 32.4야드나 벌어졌다.
라이각에 따라 임팩트 순간 지면과 솔의 접촉면이 달라진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면과의 접촉점을 알려주는 ‘임팩트 테이프’를 솔에 붙이고 때리자 업라이트한 화이트 라이 아이언은 힐 부분이 지면과 닿았고, 플랫한 오렌지 라이 아이언으로 샷을 했을 때는 토 부분이 지면과 접촉했다.
핑 테크팀의 우원희 팀장은 “라이각은 1~2도만 변해도 방향이 바뀐다. 또한 스윙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중요하지만 많은 골퍼들이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이언의 방향이 자꾸 한쪽으로 쏠리거나 스윙이 불편하다면 라이각을 체크해봐야 한다”고 했다.
▲“신체조건, 스윙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핑은 컬러 코드 차트로 어떻게 라이각을 추천해 주는지도 알아봤다. 우선 골퍼의 신장과 지면에서부터 손목까지의 길이를 측정한다. 신장은 실제 샷을 할 때처럼 골프화를 신은 상태에서 잰다. 신장과 지면에서 손목까지 길이의 교차점이 해당 골퍼에게 추천되는 라이각이다. 예를 들어 신장 170cm에 지면에서 손목까지 길이가 85cm라면 블랙 라이 아이언이 추천된다. 신장은 170cm로 동일한데, 지면에서 손목까지의 길이가 84cm라면 레드 라이 아이언이 적합하다.
만약 컬러 경계선에 걸린다면 골퍼의 구질에 따라 라이각 추천은 달라진다. 슬라이스 또는 페이드 구질인 골퍼에게는 위쪽 컬러(업라이트 라이)가 추천된다. 반대로 훅 또는 드로 구질 골퍼에겐 아래쪽 컬러(플랫 라이)가 권장된다. 컬러는 총 10가지로 세분화돼 있다.
컬러 코드 차트가 절대적인 건 아니다. 김의진 과장은 “신체 조건이 동일해도 골퍼의 스윙은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실제 샷을 할 때의 다이내믹 라이각과 구질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라이각은 아이언뿐만 아니라 드라이버나 우드, 퍼터의 방향성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전문가와 한 번쯤은 상담을 받아보는 게 골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번 호기심 해결소의 결론. 라이각은 ‘라이(거짓말)’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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