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일 “중국에 대한 관세는 80%가 적절한 것 같다”며 관세 인하를 시사했다. 10~11일로 예정된 미중 무역 협상을 하루 앞두고 관세 인하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중국은 예상 밖의 수출 실적을 거두며 미국과의 무역 회담에 앞서 ‘협상 지렛대’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에 “대중 관세는 80%가 적절할 것 같다(seems right)!”고 적었다. 그는 또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거론하며 “스콧 B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취임한 후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잇달아 올려 총 145%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125%의 보복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은 미국에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며 “이는 중국에 정말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폐쇄된 시장은 더 이상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인 8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첫 무역 협상 결과에 따라 대(對)중국 관세율을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영국과의 무역 합의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우리와) 합의하기를 정말로 원한다”며 ‘협의가 잘되면 중국에 대한 관세를 낮출 수 있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 145%보다 더 높아질 수는 없지 않느냐. 그러니 우리는 관세가 낮아질 것임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실질적인 협상이 이뤄지냐는 질문에 “실질적일 것”이라며 “난 우리가 (중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 알다시피 난 시진핑 국가주석과 늘 매우 잘 지내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1단계 조치로 대중국 관세를 60%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중국도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협상 테이블에는 관세뿐만 아니라 희토류 등 수출통제 품목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으로 미국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만큼 이를 해결하는 것이 미국의 우선 협상 순위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율 인하 카드를 미리 꺼내들며 협상에 속도를 내려는 것과 달리 중국은 상대적으로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고 일방적인 관세를 해제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예상보다 좋은 경제 성적표도 중국의 이러한 스탠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날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는 4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1.9%)과 블룸버그통신(2.0%) 등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달 초 미국의 관세 부과 이후 대미 수출은 21% 줄었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과 유럽연합(EU)의 수출 물량이 각각 21%, 8% 증가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아세안과 EU가 중국의 1·2위 교역 대상으로 자리를 잡으며 수출액도 전년 대비 12.6%, 6.1%씩 늘었다. 반면 중국의 세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인 미국으로의 수출은 올 들어 4월까지 1.5% 감소했다. 특히 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 역성장(-0.3%)한 것과 달리 중국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5.4% 성장률을 달성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를 갖게 됐다는 분석 또한 나온다. 하지만 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5월 이후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국 정부도 이번 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간 원칙을 강조하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중국 역시 자연스럽게 ‘협상판’이 마련되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아직까지는 관세 영향이 덜 드러났지만 관세전쟁이 길어질수록 중국 내 중소 수출기업과 제조 업체들이 타격을 받고 이는 결국 경기 침체와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4월 수출입 실적이 미국발 고관세의 초기 피해만 반영됐다며 이달부터 실제 영향이 뚜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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