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양육 참여가 자녀의 정서 안정과 가족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보다 많은 아빠들이 자신을 그저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라 동등한 양육자이자 동반자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해요.”
홍우정 서울시가족센터장은 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보다 아빠들이 자녀 양육과 가사 활동에 많이 참여하지만 아직도 엄마가 육아를 전담하다시피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센터에서 아빠가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홀트아동복지회 등에서 근무하며 가족 관련 일을 주로 해온 홍 센터장은 2022년 1월부터 서울시가족센터를 이끌고 있다. 센터는 가족들이 서로 화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중점적으로 벌이고 있는 사업은 저출생 현안 대응과 건강한 가정 문화 조성, 다문화 가족 중장기 정착 지원 등이다. 홍 센터장은 “저출생 현안 대응으로 여러 가지 사업을 수행한다”며 “조부모, 위기 임산부 및 난임 부부 지원 사업을 비롯해 남성 양육자 대상 맞돌봄 프로젝트, 다문화 가족(결혼이주여성) 대상 취업 역량 강화, 취업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센터장은 특히 남성 양육자, 즉 아빠를 대상으로 한 ‘맞돌봄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센터에서는 ‘아자(아빠와 자녀)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아빠와 5~12세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아자 프로젝트는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있다. 아빠가 자녀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고궁 등을 방문하거나 문화 놀이는 즐기면서 가족 관계를 증진시키는 방식이다. 올해는 아빠와 자녀가 함께 달리기를 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홍 센터장은 “아빠와 자녀가 여러 날에 걸쳐 유적지 돌아보기, 미술관 가기 등의 식으로 미션을 수행하고 마지막에는 1~2㎞ 되는 짧은 거리를 천천히 함께 뛰는 프로그램”이라며 “아직 예산이 마련되지 않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데 기업·기관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했다.
센터의 운영 모토는 ‘모든 가족·가정을 행복하게 한다’다. 홍 센터장이 생각하는 ‘가족의 행복’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그는 “각 가족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목표를 함께 공유하고 이를 이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며 “행복이라는 것은 정해진 형태가 있는 게 아니라서 외부에서 쉽게 정의할 수 없고, 우리 가족만의 행복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갈등이 없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한 가족은 아니다”라며 “갈등이 생기더라도 건강한 감정 표현으로 이를 해결하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할 수 있다면 행복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심각한 상황에 처한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홍 센터장은 개인의 선택을 탓할 구조가 아니라고 했다. 사회 전반의 시스템, 특히 양육·돌봄 부담과 경제적 이유, 일과 삶의 불균형에서 기인한 복합적인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고 싶어도 ‘지금의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과연 괜찮을까’라는 걱정을 하며 주저하게 된다”면서 “결국 저출생 문제는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이고 가족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지지 체계의 구축이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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