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둘러싼 갈등이 일주일 내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당초 국민의힘 경선에서 후보로 당선된 김문수 후보의 일정 중단 선언부터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국민의힘의 ‘심야 후보 교체’ 시도와 당원투표 부결까지 여러 사건이 벌어진 일주일 동안 두 후보에 대한 여론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서울경제신문이 소셜네트워크(SNS)상의 텍스트를 빅데이터로 분석해주는 ‘썸트렌드’를 통해 김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기간부터 5월 3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간의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김 후보(13만 3738건)가 한 후보(11만 5849건)를 앞질렀다.
단일화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두 후보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도 높아졌다. 두 후보의 하루 언급량은 5일까지는 1만여 건에 머물렀지만, 김 후보가 “당이 대선 후보를 끌어내리려 한다”며 일정 중단을 선언한 6일부터는 2만 건을 돌파했다.
특히 두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생중계된 8일 김 후보의 언급량은 전날보다 3428건 많은 2만 6213건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이날 김 후보는 “저만이 아니라 다른 후보들도 다 돈을 1억씩 내고 (경선을) 통과하고, 또 1억 내고, 또 1억 내고 많은 과정을 거쳐서 여기에 왔다”며 “그런데 한 후보는 난데없이 나타나서 11일까지 경선을 완료하라고 말씀하시느냐”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김 후보는 두 후보에 대한 긍·부정 언급량 추이에서도 앞섰다. 김 후보의 ‘일정 중단’ 선언 전까지는 두 후보의 긍·부정 추이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었지만, 6일부터는 김 후보가 앞서고 있다. 전 주까지는 김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판하며 언급한 ‘범죄’ 등 부정적 단어가 상위권을 차지한 반면, 단일화 내홍이 본격화되면서는 ‘지지한다’ 등 긍정적 단어가 많이 언급된 영향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에 대한 여론의 흐름은 어땠을까. 지난 3주간의 부정적 키워드 언급 비율은 60%에서 72%, 74%로 점점 증가했다. 두 후보의 단일화 공방이 오가며 ‘갈등’ ‘비판’ ‘반발’ 등 부정적 단어가 많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힘이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당원 대상 후보교체 찬반 ARS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되며 김 후보는 다시 대선 후보 자격을 회복하게 됐다.
눈에 띄는 것은 두 후보의 연관어 목록에서 ‘이재명’이 후순위로 밀려난 것이다. 김 후보가 당 후보로 선출된 직후인 주말까지만 해도 두 후보의 연관어 순위 2위는 이 후보가 차지했지만, 김 후보가 ‘후보 일정 중단’을 선언하는 등 단일화 갈등이 가시화되면서 ‘단일화’ ‘대선’ 등 키워드가 상위권에 올랐다. ‘보수 vs 진보’보다 ‘김문수 vs 한덕수’에 여론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그 사이 지역을 순회하며 대권 행보에 몰두하고 있는 이 후보의 언급량은 28만 4596건으로 두 후보를 크게 웃돈다. 이 후보는 10일 경남 창녕군에서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정치는 너무 격변해 우리가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가만히 있으면 상대방이 자빠진다. 그러면 우리가 이긴다”고 말했다며 “정치는 이익을 노리고 막 움직이면 반드시 걸려 자빠지게 돼 있다. 어느 집단을 보니 그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단일화 갈등으로 뒤덮인 국민의힘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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