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이재명에게 일할 기회를 주시면 단 한 사람의 공직자가, 단 한 사람의 책임자가 얼마나 크게 세상 바꿀 수 있는지 실천과 결과로 확실하게 증명해 보이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그간) 말이 아니라 행동과 실력으로 실적을 쌓아왔다”며 성남시장·경기도지사를 거쳐 국회의원을 하면서 일궈낸 성과를 대통령으로서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실력과 실적을 앞세워 ‘준비된 대통령’을 자부하면서도 이 후보는 ‘내란 종식’의 주최는 국민밖에 없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연설을 하는 동안 ‘국민’을 47번 언급한 이 후보는 이번 대선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결이 아닌 거대 기득권과의 일전으로 규정하며 공식 선거운동 레이스를 시작했다.
이 후보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이날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빛의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선대위 출정식을 열고 “인수위 없이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유능한 선장, 대한민국의 살림을 책임질 준비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조선시대 선조와 정조를 대비시키기도 했다. 이 후보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선조는 환란을 불러들여 수백만 백성을 죽음으로 내몰고 산천을 피로 물들였지만 똑같은 조선에서 유능하고 충실한 애민 군주 정조는 동아시아 최고의 번영하는 나라로 조선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사람의 공직자가 어떻게 나라를 망치는지 모두 처절하게 경험하지 않았냐”며 “이재명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수많은 역경을 넘어 이 자리에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주권자들께서 국민 주권을 실현하고 국민 행복을 증명할 유용한 도구이자 충직한 일꾼으로 저 이재명을 선택해주시길 바란다. 지금은 이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제1사명으로 내세운 것은 ‘국민 통합’이었다. 이날 이 후보가 방탄복 위로 입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선거 운동복과 운동화에는 국민의힘의 빨간색이 일부 포함됐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통합’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 후보는 “저는 민주당의 후보인 동시에 내란 종식과 위기 극복, 국민 행복을 갈망하는 모든 국민의 후보로서 이번 선거에 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또 “이제부터 진보의 문제와 보수의 문제란 없다. 오로지 대한민국의 문제와 국민의 문제만이 있을 뿐”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대한민국 재도약을 이뤄낼 사람, 통합과 과감한 실천으로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연호하자 이 후보는 “감사한 말씀이지만 이 나라를 책임질 사람은 이재명도, 김문수도 아니고 바로 국민 여러분”이라고 재차 국민을 추켜세웠다.
이 후보는 “빛의 혁명을 시작한 이곳 광화문에서 첫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의미를 남다르게 가슴에 새기겠다”며 광화문을 첫 유세지로 택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날 첫 선거운동 장소로 광화문이 채택된 것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던 곳에서 정권 교체와 내란 극복 필요성을 강조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는 “내란 잔당의 2차·3차 내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저들의 반란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맨몸으로 총칼과 장갑차를 막아낸 것도 국민이었고 친위 쿠데타에 대한 전 세계의 경악을 민주주의에 대한 찬사로 바꿔낸 것도 바로 국민 여러분 아니겠냐”며 끓는 목소리로 외쳤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파란색 풍선을 흔들거나 ‘진짜 대한민국’ ‘기호 1번 이재명’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이재명”을 연호하는 등 이재명 대세론에 힘을 실었다. 이날 유세에 모인 지지자들은 청계광장 입구에서 모전교까지 150m가량 길게 이어지는 등 민주당 추산 2만여 명이 모였다.
이 후보는 이날 광화문 유세 이후 경기 성남시 판교와 화성시 동탄, 대전을 들러 정보기술(IT) 개발자 등과 만나 반도체 및 과학기술 육성 의지를 강조했다. 동탄 유세 현장에서는 정치 보복 우려를 의식한 듯 “뒤를 파고 다니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며 “사적 복수를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졸렬한 존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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