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입양은 아이가 친부모 밑에서 자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고 국가가 자국민을 지켜주지 않은 행태입니다.”
최근 ‘국민을 버리는 나라’ 책을 출간한 이경은 국경너머인권 대표는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해외 입양은 ‘가난한 모국보다 부자 나라에서 사는 게 낫다’ ‘아기를 위한 것이다’라는 식으로 오랜 세월 미화되고 포장됐다”며 “해외 입양은 국가가 아동을 보호해야 하는, 더 나아가 자국민을 지켜줘야 하는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이 대표가 설립한 국경너머인권은 해외 입양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비영리단체다.
‘국민을 버리는 나라’는 2012년 미국에서 발생한 이른바 ‘SK 사건’을 되짚어보면서 해외 입양의 그늘을 보여주는 책이다. SK(입양된 아기의 이름 이니셜) 사건은 미국으로 입양된 생후 15일된 아기에 관한 이야기다. 당시 미국 시카고 오헤어공항에서 미국인 여성이 한국에서 입양한 아기를 입국시키는데 그 과정에서 불법 입양임이 드러났다. 이 대표는 이 사건 때 보건복지부에서 아동정책 담당관으로 근무하고 있었으며 SK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미국과 한국 법정에서 분투한다. 수개월간의 법률 공방 끝에 SK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대표는 “SK 사건을 통해 해외 입양의 문제점을 알게 됐고 또 해외 입양에 대한 법리적 부분부터 여러 가지를 연구했다”며 “사건이 일어난 지 13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이 나왔는데 그동안 내가 해외 입양과 국가의 의무 등에 대해 공부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정부 기관에서 일했던 그는 “우리나라는 국민을 지켜주지 않는 나라”라며 작심 비판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해외 입양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가 해외 입양을 본격 추진한 것은 1953년부터이며 70년이 지난 지금도 해외 입양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그동안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 20만여 명은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 입양을 ‘아동 수출 산업’이라고 규정했다. 결코 아동을 위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한국은 지난 70년 동안 최장·최대 아동 송출국이며 선진국 특히 미국 사람들은 건강한 2세 미만의 아기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데 그 공급처가 바로 한국”이라면서 “아기 송출 이면에는 경제적인 면도 있다. 1980년대에 아기를 해외로 입양시킨 국내 입양기관이 받은 금액은 1인당 3000달러라는 증언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기를 데려오는 국가도 자선사업을 하는 국가로 미화돼 있는데 그 나라들은 자국의 부부들이 쉽게 자녀를 만들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뿐이다”라며 “해외 입양은 글로벌 비즈니스의 한 형태이며 그 몸통이 부끄럽게도 한국”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국가를 향해 제언하고 요구하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국가가 지켜달라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은 태어난 가정에서 자랄 권리가 있다. 해외로 입양되는 아기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라며 “친부모가 그 아기를 기르기 힘든 상황이면 국가가 지원해서 그 부모가 키우도록 해야 한다. 이게 바로 국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우리나라도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며 “아이를 버리는 나라, 아이를 파는 나라가 아니라 사람이 오는 나라, 사람을 지키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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