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나눠 받아 더 많은 전기를 만드는 탠덤 태양전지의 효율과 안정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소재가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김봉수 교수팀은 탄소중립대학원 김진영·김동석 교수팀과 함께 페로브스카이트 유기 탠덤 태양전지의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정공수송층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탠덤 태양전지는 서로 다른 파장 대역의 태양광을 흡수하는 두 종류의 전지를 위아래로 쌓아, 햇빛을 보다 넓게 활용하는 구조의 전지다. 이 중 페로브스카이트와 유기물 조합은 전지를 얇고 유연하게 제작할 수 있어, 웨어러블 기기나 건물 창호용 전원 등 차세대 전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자가조립 분자 2종을 혼합해 만든 정공수송층을 개발해 이 전지에서 2.216V의 개방전압과 24.73%의 광전변환효율 기록했다. 개방전압은 전지가 생성한 전하가 손실 없이 전극에 도달해 형성되는 전위차로, 개방전압이 높을수록 전지 효율이 높아진다. 이 수치는 페로브스카이트와 유기물 조합 탠덤 전지 중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65℃ 고온과 장시간 광조사 환경에서도 초기 효율의 80% 이상을 유지해 장기 안정성도 입증했다.
개발된 정공수송층은 페로브스카이트 광활성층과의 에너지 준위가 잘 정렬되도록 설계돼 정공만을 선택적으로 추출하고 전자는 차단해 전하 재결합을 억제한다. 태양전지는 빛을 받아 분리 생성된 음전하 입자인 전자(-)와 양전하 입자인 정공(+)이 전극까지 도달해야 전류를 낼 수 있는데, 에너지 준위가 어긋나면 전하가 추출되지 못하고 중간에서 재결합해 소실된다.
이 정공수송층은 전하이동을 방해하는 계면 결함을 줄이면서 결정 구조를 더 안정적이고 균일하게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정공수송층을 이루는 36ICzC4PA와 36MeOCzC4PA 자가조립 분자의 치환기가 페로브스카이트 내 금속이온과 강한 화학 결합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또 자가조립 분자의 스스로 기판 위에 얇고 고르게 깔리는 특성 덕분에 제조 공정이 간단해지고, 넓은 면적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어 상용화에도 유리하다.
김봉수 교수는 “전지의 정공 추출, 계면 안정화, 구조 내구성까지 개선한 자가조립 정공수송층을 개발해 탠덤 전지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며 “얇고 유연하면서도 고효율을 유지하는 차세대 태양전지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UNIST 손중건 연구원, 샤히드 아민(Shahid Ameen) 박사가 제 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지난 4월 8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 수행은 과학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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