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이 2주도 채 안 남은 22일까지도 더불어민주당과 국힘의힘 모두 공약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갑작스러운 대통령 보궐선거라는 특성도 있지만 1위 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몸 사리기와 쫓아가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늦은 대응 탓에 정책 맞대결이 실종된 채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나설 가능성까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당초 이달 18~20일 공약집 발간을 밝혔지만 27~29일로 일정을 늦췄다. 선대위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마지막 공약 점검을 하고 있다”며 “다음 주 발간 일정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후보 확정에 시간이 걸려 통상적인 공약집 기간보다 늦춰져 26일 발간을 예상하고 있다. 사전투표가 29일인 것을 감안하면 유권자들은 정책과 공약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투표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번 대선은 일러야 대선 한 주 전 공약집이 제출되는 것으로 역대 최장 지각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가장 늦게 공약집이 공개됐던 시기는 2012년 18대 대선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거일 10일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11일 전 내놓았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조기 대선으로 치러졌던 2017년 19대 대선과 비교해봐도 문 전 대통령은 선거일 11일 전,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24일 전 공약집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이 후보 교체 소동을 벌이다 공약집 공개에 차질을 빚었다면 민주당은 몸조심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미루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50%가 넘는 여론조사가 속속 나오는 상황에서 굳이 쟁점이 될 만한 이슈를 키울 이유가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실제 그간 이 후보는 민주당 경선 기간 이전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인공지능(AI) 100조 원 투자 등을 약속하면서도 구체적 재원이나 이행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인수위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해야 하는 탓에 실현 가능한 공약을 추리는 데 되레 시간이 걸린다는 시각도 있다. 또 선대위 정책본부에서 그동안 당 정책위원회, 민주연구원, 외곽의 싱크탱크 등에서 올라온 정책들을 통합하고 조율하는 데도 시간이 지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정책본부 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히 공약을 발표했다”며 “공약집 발간이 늦는 것과 공약 제시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비해 한 주가량 후보가 늦게 정해진 데다 김문수·한덕수 단일화를 두고 재차 한 주가 더 소요되면서 공약 준비 자체가 늦어진 상황이다. 이후 속도감 있게 공약을 발표하고 있지만 공약집 발간에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공약집조차 발간되지 않으면서 정책 대결은 후순위가 되는 양상이다. 특히 상대의 말꼬리를 잡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심화하면서 정책 대결은 더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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