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결혼할 경우 경상도에서 결혼할 때보다 3배가량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식장, 식대 역시 지역, 시기, 선택 품목에 따라 액수가 천차만별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업체 절반 이상이 ‘깜깜이 가격표’를 고수하고 있어 예비 부부들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한국소비자원이 처음 발표한 결혼 서비스 가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예비 부부들의 결혼 서비스 총계약 금액은 전국 평균 2101만 원이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최고가인 서울 강남 계약금이 3409만 원으로 최저가인 경상도(1209만 원)의 3배에 달했다. 결혼 서비스 총계약 금액은 결혼식장(대관료·기본장식·식대)과 스드메 패키지를 포함한 총가격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결혼식장 계약금 편차가 특히 컸다. 전국 식장의 중간 가격은 1555만 원이었다. 이 가운데 최고가인 서울 강남(3130만 원)은 최저가인 부산(815만 원)의 약 4배 수준이었다.
식장 계약금에는 대관료와 식대, 기본 장식비 등이 필수 품목으로 포함된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식대가 전체 계약금까지 좌우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1인당 식대 중간 가격이 5만 8000원인 가운데 서울 강남은 8만 5000원, 경상도는 절반 수준인 4만 4000원이었다. 강남을 제외한 서울 지역(7만 5000원) 식대 역시 전국에서 유일하게 7만 원 선을 초과했다. 한편 대관료의 경우 서울 강남이 700만 원으로 광주·제주도(100만 원)의 7배에 달했다.
몇 월, 몇 시에 식을 올리느냐도 관건이다. 통상 성수기에 해당하는 4·5·10·11월의 경우 식장 계약금 중간 가격이 1620만 원으로 비수기(1170만 원)보다 450만 원가량 높다. 만약 이른 오전 시간에 식이 잡힌다면 10만~20만 원 선의 이른바 ‘얼리스타트비’를 메이크업숍에 지불해야 한다. 소비자원은 얼리스타트비가 선택 품목에 포함된 125개 메이크업숍을 조사한 결과 73.6%가 시간대별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했다고 전했다.
결혼 준비의 핵심인 스드메 패키지도 예비 부부의 골치를 아프게 한다. 소비자원이 결혼 준비 대행 업체와 제휴된 스드메 패키지(기본 가격 기준) 계약금을 분석한 결과 스튜디오 중간 가격은 135만 원, 드레스는 155만 원, 메이크업은 76만 원 선이었다. 다만 지역별 격차가 60만~110만 원가량 나는 데다 원본 구매비, 야간 촬영 여부, 드레스 헬퍼, 헤어 변형 등 수많은 선택 품목까지 더하고 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14개 지역 소재 결혼식장(370곳)과 결혼 준비 대행 업체(152곳) 등 총 522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63.6%(결혼 준비 대행 업체 86.8%, 결혼식장 54.1%)가 해당 가격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들은 가격 공개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표준화의 어려움(56.6%)을 들었다. 경쟁사 노출 우려(28.6%), 내부 정책상 미공개(5.7%)가 그 뒤를 이었다.
다만 과도한 선택 옵션과 비대칭적인 정보 공개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부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소비자원은 이날 “결혼 서비스 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청년 세대의 합리적 소비를 지원하기 위해 앞으로도 지역별 결혼 서비스 가격을 매월 조사해 격월 단위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혼 서비스 가격 조사 결과는 소비자원 ‘참가격’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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