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택이 처음으로 10만 가구를 넘어섰다. 특히 중국인의 수도권 아파트 매수가 급증하며 국내 주택 보유 외국인 중 중국인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다. 이에 외국인의 주택 구입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외국인은 내국인과 달리 각종 규제를 벗어나 자유롭게 국내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최근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외국인 주택·토지 보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외국인이 소유한 국내 주택은 10만 216가구로 전체 주택(1931만 가구)의 0.52% 수준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6월보다 5158가구(5.4%) 늘어난 규모다.
주택을 소유한 외국인은 9만 8581명을 기록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소유 주택 5만 6301가구(56.2%)로 가장 많은 가운데 △미국인(2만 2031가구, 22.0%) △캐나다인(6315가구, 6.3%) △대만인(3360가구, 3.35%) △호주인(1940가구, 1.9%) 등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 보유 주택 중 9만 1518가구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었다. 지역별로는 7만 2868가구(72.7%)가 수도권에 있었고 △경기 3만 9144가구(39.1%) △서울 2만 3741가구(23.7%) △인천 9983가구(10%) 등의 순이다. 시군구별로 보면 경기 부천에 5203가구가 있어 가장 많았고 △경기 안산(5033가구) △경기 수원(3429가구) △경기 평택(2984가구)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 면적은 지난해 12월 기준 2억 6790만 5000㎡로 전체 국토 면적의 0.27%를 차지했다. 외국인 보유 토지의 공시지가는 총 33조 4892억 원으로 1년 새 1.4% 증가했다. 외국인 보유 토지 면적은 2011년 1억 9055만㎡에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 증가는 시장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도 국내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와 양도세 등을 동일하게 적용 받지만 해외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거나 해외 자금 송금 등의 가족 간 증여 금액은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기관의 감시를 피해 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고 현금을 불법 반입해 부동산을 사들이는 외국인의 투기성 행위는 433건에 달했다. 이 중 192건(44.3%)는 중국인의 매수로 집계됐다. 주로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 집값 과열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기 우려가 커지면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27일 부동산 거래신고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외국인의 한국 내 부동산 매입 시 ‘상호주의’ 의무를 적용하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중국 내 토지는 외국인 매입이 불가능하며 주택은 1년 이상 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구입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인은 한국에서 토지와 아파트를 큰 제약 없이 취득할 수 있는 구조다. 고 의원은 “현행법에 ‘상호주의’가 임의 규정에 그치고 있으며 하위 법령이 없어 실질적으로 시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호주와 캐나다처럼 외국인을 대상으로 토지 거래를 제한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호주는 올해 4월부터 비거주자 외국인의 기존 주택(신축 등 제외) 구매를 금지했다. 중국인들이 호주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시드니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한 탓이다. 캐나다도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늘어난 2020년 이후 밴쿠버 집값이 50% 급등하자 중국인 투자자를 겨냥해 2023년부터 외국인의 주거용 부동산 구매를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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