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막판에 ‘여론 조작’ 의혹을 둘러싸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날선 공방전을 벌였다. 지난달 30일 뉴스타파가 보수 성향 단체 '리박스쿨'의 댓글 조작 의혹을 보도하자 이 후보와 민주당은 이 단체와 국민의힘 간 연관성을 주장하며 공세에 나섰다. 반면 세계 3대 투자자로 알려진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최근 이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는 민주당 측의 주장에 김 후보와 국민의힘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인 박찬대 원내대표는 2일 오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김 후보가 리박스쿨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당장 리박스쿨과 관련한 진실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라”고 요구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2020년 리박스쿨이 유튜브에 게재한 활동 보고 영상에 김 후보가 등장하고, 리박스쿨 대표는 2018년부터 김 후보와 친분을 과시해 왔다고 한다”며 김 후보와 리박스쿨의 연관성을 주장했다.
이 후보는 지난 1일 경북 안동시 유세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리박스쿨 댓글 조작 의혹에 대해 "국민의힘과 무관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확실한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 후보는 "리박스쿨에서 돌봄교사 양성을 빙자해 자격증을 엉터리로 주며 댓글을 쓰게 했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그 행위를 과연 누구 때문에 했으며, 그 행위가 누구에게 이익이 됐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칭찬하고 이재명 후보를 비방하면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정치적 공격을 가한 것으로, 그 이익은 고스란히 김 후보와 국민의힘이 취했다"며 "그 이익이 귀속된 국민의힘의 전력을 보면 국민의힘이 (의혹의) 실질적 배후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이날 유세 직전 진행한 유튜브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번 의혹을 겨냥해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 행위"라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이날 경기도 의정부 유세에서 취재진과 만나 해당 사안에 대해 "저는 전혀 알지 못한다. 더구나 댓글 이런 것과는 전혀, 우리 당의 댓글도 누가 (무엇을) 다는지 모르는데 리박스쿨인지(에서 어떤) 댓글을 다는지 알게 뭔가"라며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리박스쿨'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을 따 만든 단체라는 점과 관련해 "(단체의 이름에) 이승만·박정희가 들어가 있으니 극우단체고, 극우단체 사람들과 김 후보가 아니까 문제가 있다는 프레임으로 자꾸 뒤집어씌우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 민주당 총괄선거대책본부 국제협력단 공동단장인 이재강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김진향 전 개성공단 이사장이 로저스 회장이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고 주장하며 송경호 평양과학기술대 교수에게 전달 받은 로저스 회장의 입장문을 대독한 것을 두고는 국민의힘에서 파상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의 기자회견 후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해당 내용을 게시하고 "짐 로저스의 메시지를 받았다"며 “짐 로저스는 평화에 투자하자고, 미래에 투자하자고, 그래서 대한민국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부산에서 개최한 중앙선대위 현장회의에서 "민주당은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가 이 후보를 지지했다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정작 당사자 짐 로저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지 선언을 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며 "국민을 상대로 또 한 번 쇼를 기획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더욱 큰 문제는 민주당의 사기 행각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는 점"이라며 "우리 한국의 대외 신인도는 물론 수출과 주식시장, 환율 등 우리 경제 전반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 역시 이날 제주도 유세에서 해당 논란과 관련해 이 후보를 겨냥해 “이 사람(이 후보)이 워낙 거짓말을 많이 한다"며 “국제적인 거짓말쟁이로 이름을 높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에 대한 짐 로저스의 실제 입장과 민주당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입장이 다르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미국 유명 부자인 짐 로저스가 자기(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는데, (로저스 회장은) ‘나는 그런 얘기 한 적 없다. (이 후보를) 알지도 못한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나 조승래 민주당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해당 사안에 대해 "(로저스 회장과 지지 선언 주최 측이) 소통을 계속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문장을 가다듬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다"며 "'공작 사기' 이런 표현은 과하다"고 주장했다. 로저스 회장과의 소통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송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후보가 당선되면 그나마 두 사람(로저스 회장·송경호 교수)의 공동 목표인 대북 투자 기회나 경제적, 상업적 접근 가능성이 커질 것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짐 로저스 회장께서 평소와 같이 각론에 강한 저에게 이재명 후보 지지를 위한 초안 작성을 부탁하셔서 두어번의 수정을 통해 최종안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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