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콘텐츠라는 사실을 숨겼다가 논란이 된 방송인의 기사에 “대놓고 사기 쳤다”는 댓글을 썼다가 모욕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누리꾼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정도의 댓글이 아니라면 모욕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A씨에 대한 인천지검 부천지청의 기소유예 처분을 지난달 29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해진 스타일리스트 겸 한혜연씨는 유튜브에서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 콘텐츠를 진행했으나 실제로는 외부 업체로부터 간접광고(PPL)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한씨는 유튜브를 비롯한 공개 활동을 한동안 중단하고 자숙했다가 복귀했다.
이에 A씨는 지난 2021년 8월 인터넷 사이트에서 방송인 한씨가 유튜브 활동을 재개한다는 기사를 보고 "너무 대놓고 사기 쳤는데 뭘"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한씨는 A씨를 비롯해 비슷한 취지의 댓글을 쓴 39명을 “나를 만만하게 보고,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않아 모욕감을 느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수사 끝에 검찰로 넘겨진 A씨에 대해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2022년 1월 24일 모욕죄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형사 처벌은 면할 수 있어도 수사기관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징계 등 인사상 불이익이 따르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A씨는 “경멸적 표현을 하는 등의 ‘모욕’이 아니고 사실적시 진술이었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 위법하다고도 볼 수 없다”라며 무죄를 주장했고, “기소유예 처분은 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A씨의 행위에 모욕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봤다.
헌재는 "피해자의 과거 간접광고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 또는 부정적인 감정이 담긴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에 불과하다"며 "피해자에게 불쾌한 감정을 유발할 수는 있겠으나 이로써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A씨 외에도 다수의 누리꾼이 비판적인 댓글을 게시했고 A씨가 쓴 표현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형법상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처벌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고 헌재는 부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