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밥 주는 것만 쫓아가는 비만 고양이가 아닌, 굶더라도 호랑이가 되는 길을 택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일 대구 수성구 수성못 앞에서 이 같이 외치자 지지자들 사이에선 함성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대선 본투표 전 마지막 선거 유세 장소로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TK)을 찾은 이 후보를 보기 위해 수성못 일대에는 많은 인파가 모여 들었다. 이들은 개혁신당을 상징하는 주황색 풍선을 흔드는가 하면 손피켓을 들고 이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대선을 하루 앞둔 피날레 유세인 만큼 이 후보의 연설도 이전과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단순한 지지 호소를 넘어 이날 연설에선 자신의 정치 여정을 돌아보고, 대선 후에도 기득권 세력에 맞선 소신 있는 정치인의 길을 갈 것이란 점을 부각했다.
이 후보는 “가끔 14년 동안의 정치 여정이 동물원에 갇힌 비버의 삶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SBS ‘동물농장’을 보면 비버가 동물원 안에서 계속 나무를 물어와 댐을 짓는다”며 “그러면 사육사가 그 댐을 갖다가 던져버린다”고 했다. 이어 “그 다음 날 비버는 내 집이 어디 갔지, 하고 다시 나무를 물어 댐을 세운다”며 “비버는 ‘내가 왜 이 일을 반복하고 있을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저는 2011~2012년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복지에도 관심 있고 경제민주화에도 역할을 하는 보수 정당을 만들겠다며 당시 72세였던 김종인 위원장과 어려운 길에 나섰다”면서 “그런데 이제 86세가 된 김 위원장과 40살의 제가 또 다시 대한민국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평생 달려들어도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려운 것이 정치인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제 젊은 시기를 모두 바쳐 이것에 매진해왔다”고 했다.
좀처럼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정치이지만 이 후보는 부끄럽지 않은 길을 가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단 한 가지 행복한 것이 있다면 우리는 비버의 삶보단 한 발짝씩 앞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 정도 속도면 우리는 금방 정치에서 우리가 주도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 이 후보는 ‘비만 고양이’로 지칭한 국민의힘 세력을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의힘을 향해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중차대한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지적하는 소리 하나 똑바로 못하는 비겁한 세력”이라며 “비만 고양이 같기도 하면서 일만 터지면 타조같이 머리를 박고 숨기만 하는 집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구 지역에서 호랑이처럼 전세계와 대한민국을 호령할 정치인을 키우려면 TK에 가득한 비만 고양이들을 치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힘의 거듭된 단일화 요구를 거론하며 “단일화하면 뭐가 그리 좋겠나. 그거(당권) 받아서 뭐하겠나”라며 “그들을 따라 밥 주는 곳만 쫓아가는 비만 고양이가 되지 않고, 저는 굶더라도 호랑이가 되는 길을 택하겠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을 끝으로 공식 선거 운동을 마친 이 후보는 “상식과 희망, 국민의 손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소감을 남겼다. 그는 3일 0시 5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선거운동은 명량해전과 같았다”며 “많은 여의도 떠벌이들은 단일화할 거라고, 포기할 거라고, 결국 선거를 접을 거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국민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켰고, 대통령 선거를 당당히 완주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그 자체로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개혁신당은 이제 ‘말뿐인 신당’이 아니라, 실제로 큰 선거를 치러낼 역량과 결기를 갖춘 정당임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3일 부산으로 넘어가 오전 6시부터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