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가 폐렴구균 백신은 도대체 언제 맞힐 수 있는 거에요?”
육아 정보를 나누는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질문입니다. 게시글 아래에 '올 4월경 들어온다고 하지 않았냐', '13가와 교차(접종) 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린 걸 보며 높은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죠. 병원에서 '프리베나20' 접종 문의도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프리베나20은 작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20가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입니다. 한국화이자제약이 기존 ‘프리베나13’에 7가지 혈청형(8·10A·11A·12F·15B·22F·33F)을 추가해 14년 만에 내놓은 후속 제품이죠. 백신에 붙는 숫자는 예방 가능한 폐렴구균 혈청형의 수를 의미합니다. 한국MSD가 작년 3월에 출시한 15가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 '박스뉴반스'보다는 5가지 혈청형이 많은 셈이죠.
폐렴·뇌수막염·급성 중이염 등 침습성질환을 일으키는 폐렴구균 혈청형은 알려진 것만 90여 종에 달합니다. 1세 미만 영유아에게 치명적이고 첫 돌 전 발병 비율이 높다보니 부모 입장에선 한 번에 많은 균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에 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겠죠. 뇌수막염의 경우 치사율이 10% 내외인 데다 생존하더라도 10명 중 2명 꼴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2014년부터 폐렴구균 백신을 생후 2개월~59개월의 영유아 대상 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시킨 이유죠. 다만 가수가 높을수록 백신의 예방 효과가 높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게 학계의 중론입니다. 혈청형이 늘어나면 백신 내 운반 단백질도 함께 증가해 기존 공통 혈청형에 대한 항체반응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프리베나20이 허가된지 8개월 가까이 병·의원에 나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취재해 보니 개발사가 백신을 공급하려면 식약처로부터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서류상 문제가 생겨 늦어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제출 서류의 보완이 필요해 다시 프로세스를 진행 중”이라며 “빠른 국내 출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제품 품질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르면 이달 중순께 20가 백신 공급이 시작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폐렴구균 백신은 생후 2·4·6개월에 3회, 이후 12~15개월에 1회 추가 접종합니다. 중간에 백신을 바꿔도 예방 효과가 유지되는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전문용어로는 ‘교차접종’이라고 하죠. 곧 발매될 20가와 기존 15가 백신의 교차 가능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서로 다른 회사가 개발한 제품이라 교차접종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가 없거든요. 20가 백신의 NIP 도입 시기와 교차접종 여부는 질병관리청의 결정을 기다려봐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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