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9년 1월 퇴임 전까지 미사일방어망 ‘골든돔(Golden Dome)’을 실전 배치하겠다고 지난 5월 20일(현지 시간) 밝히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배석시킨 뒤 골든돔 설계를 결정했다면서 “우리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방어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1750억 달러(약 240조7000억 원) 규모의 다층 방어 시스템으로 미국 역사상 최초로 우주공간에 무기를 배치하는 계획이다.
백악관은 공식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핵무기, 극초음속미사일, 크루즈 미사일 및 기타 차세대 공중 공격에 대한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라고 정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시스템이 배치되면 “세계 어느 곳에서 발사되거나, 심지어 우주에서 발사되는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사실 골드돔 계획은 지난 1983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우주에서 요격해 미국을 보호하겠다고 발표한 ‘전략방위구상’(SDI·Strategic Defense Initiative)의 연장선이다. 미국과 소련은 한쪽이 선제공격을 해도 상대방이 핵무기로 보복공격을 하면 공멸한다는 ‘상호확증파괴’ 원리로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레이건 대통령은 이런 공포의 균형을 깨뜨리기 위해 소련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주에 배치한 위성의 레이더와 레이저, 각종 요격체를 활용하는 첨단 무기체계가 필요했다. 일명 ‘스타워즈 구상’이라는 네이밍으로 많은 이를 열광시켰던 레이건의 야심 찬 계획은 기술적 한계와 예산 부족, 소련과 관계 개선이 이뤄지면서 말그대로 계획으로 끝났다.
그러나 핵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겠다는 레이건의 꿈은 백악관에 다시 입성한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실제 우주에 이 같은 방어망 체계를 구축하는 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골든돔이 무엇인지, 실현 가능성에 대해 정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에도 ‘우주군’을 창설했다. 아이언돔을 본뜬 골든돔 구현 의지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아이언돔은 이란과 친이란 무장단체인 헤즈볼라와 하마스의 대규모 미사일 및 로켓 공습 때 이를 대부분 막아내며 실질적 효과를 입증했다. 골든돔은 한발 더 나아가 지상뿐 아니라 우주에도 무기를 배치한다는 점에서 아이언돔의 확장판인 셈이다.
즉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러시아·중국·북한·이란의 첨단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위성을 활용하는 다층 방어 체계다. 미국의 현재 지상 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패트리엇, 사드(THAAD)만으로는 적국들이 보유한 극초음속 무기,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은 요격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이에 극초음속 무기와 ICBM뿐 아니라, 우주에서 발사되는 무기까지 요격할 수 있는 방공망을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위성이 미사일을 실시간 탐지하며, 미사일이 지상에 도달하기 전 우주에서 직접 요격해 처리하는 방어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골든돔의 핵심은 지구 저궤도를 돌며 미사일 한 발을 막기 위해 수백대의 우주 기반 요격체(SBI·Space-Based Interceptor)다. 수백 개의 감시위성과 공격위성으로 구성된다. 시스템은 4단계 다층 방어로 △미사일 발사 전 탐지 및 파괴 △초기 비행 단계 요격 △중간 비행 과정 차단 △목표물 접근 마지막 순간 저지 순으로 작동한다.
무엇보다 우주 기반 요격체는 미사일이 가장 취약한 ‘발사 직후 부스트 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수천 개의 요격체를 동시에 발사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가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규모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 사업이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이언돔이 저속·저고도 단거리미사일 위협을 선별적으로 막는다면, 골든돔은 이스라엘보다 450배 큰 미국 전체를 다양한 첨단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미사일로부터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관건은 SBI는 핵미사일 발사 지점 근처에서만 제 때 가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구의 자전 때문에 땅에 배치된 핵미사일과 우주에 떠 있는 SBI는 서로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해 효율적 가동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해법은 지구 전체를 에워싸듯 SBI를 대량으로 촘촘하게 배치해 언제나 일정한 양의 SBI가 핵미사일 위에 떠 있도록 하는 것이다.
1983년 SDI와 2025년 골든돔의 기본 개념과 시스템 메커니즘은 유사하지만, 40년 사이 관련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980년대 SDI는 기술적 뒷받침이 안 된 구상이었다. 당시 개발 중이던 모든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레이저 출력을 최소 100배, 어떤 경우엔 100만 배까지 향상시켜야 했다. 우주에 대규모 위성을 배치하는 일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이미 7000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았다. 이는 제한적인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에 필요한 규모와 비슷하다. 레이저 출력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됐다. 인공지능(AI)을 통한 식별과 제어도 현실화됐다. 골든돔 프로젝트에는 록히드마틴, L3해리스 테크놀로지스, RTX(구 레이시온) 등 주요 방위산업체들이 참여할 예정이라 당시 보다 실현 가능성은 훨씬 높아졌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는 골든돔의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게 중론이다. 과거에는 우주공간을 일정한 궤도로 움직이는 ICBM만 상대하면 충분했는데, 이제는 대기권의 극초음속미사일과 우주 가장자리를 스치는 부분궤도폭격시스템(FOBS) 등 새로운 위협들이 등장했다. 게다가 적국이 위성 자체를 공격할 경우 쉽게 무력화될 수 있고, 우주 위성들을 직접 공격하지 않더라도 대규모 미사일을 한꺼번에 발사하는 포화공격이 가해질 경우 방어 시스템은 무너질 수 있다는 현실이다.
지난 2018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 내 우주항공 기술자들과 함께 북한 미사일 방어에 얼마나 많은 SBI가 필요한지 시뮬레이션했다. 그동안 개선된 기술력을 적용하면 우주 요격 체계를 실현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한 시도였다. 계산 결과, 7~8발의 핵미사일을 막는 데 1000대의 SBI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CSIS는 해당 연구를 토대로 “우주 기반 요격은 여전히 비효율적이고 도발적인 아이디어”라 결론냈다.
미국의 유력 매체들도 비용과 시간 등을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 골든돔이 배치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 문제다. 골든돔 구상에 따르면 골든돔 용도의 관측·추적용 인공위성만 적어도 400기, 많으면 1000여 기가 필요하며, 이와 별도로 미사일이나 레이저 무기로 무장한 공격용 인공위성이 약 200기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과 분석가들은 전체 골든돔 시스템 비용이 적어도 수천 억 달러 또는 조 달러 단위가 될 수도 있다고 추정하는 까닭이다.
심지어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우주 기반 요격체 배치에만 향후 20년간 1610억~5420억 달러(약 220조~740조 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1750억 달러 추정치는 상당히 낙관적인 것이다. 매년 2조 달러(약 2733조 원)에 육박하는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정부가,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4년 임기 중에 과연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해 구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안보 대통령’이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담긴 프로젝트라는 비평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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