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선거 때마다 승패를 가르는 역할을 해온 충청 민심이 21대 대선에서도 ‘캐스팅보트’로서 존재감을 또 입증했다.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던 충청권 유권자들은 3년 만에 치러진 대선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선택했다. 이로써 충청권에서 승리한 후보가 대권을 거머쥔다는 공식이 14대 대선부터 8차례 연속 이어지게 됐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대 대선 개표 집계 결과 이 대통령은 대전에서 48.50%를 득표하며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0.58%)를 8%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이 대통령은 충남(47.68%)과 충북(47.47%)에서도 47%대 득표에 성공하며 각각 43.26%와 43.22%를 기록한 김 후보를 제쳤다. 충청 표심은 이 대통령의 전국 평균 득표율(49.42%)과도 유사한 수치다.
하지만 3년 전만 해도 충청 표심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20대 대선 당시 대전(49.55%)과 충남(51.08%), 충북(50.67%) 유권자들은 윤 전 대통령에게 50% 안팎의 과반 득표를 몰아주며 당선에 일조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당시 대전(46.44%), 충남(44.96%), 충북(45.12%)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하며 0.73%포인트 차 석패의 원인이 됐다.
이처럼 충청 유권자들은 역대 선거마다 전국 판세를 가늠할 수 있는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해왔다. 이는 영남이나 호남처럼 특정 진영이나 정당에 몰표를 주지 않고 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표를 던지는 ‘스윙보터’ 성격이 강한 충청 유권자들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이번 대선은 윤 전 대통령이 촉발한 12·3 비상계엄과 그로 인한 탄핵에서 비롯된 만큼 충청 유권자들은 정권 심판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전날 방송 3사 출구조사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충청은 역대 선거에서 ‘스윙보터’ 역할을 많이 해온 곳”이라며 “충남·충북·세종·대전까지 압승한 것을 보면서 중도층 국민들이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에 심판의 뜻을 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충청 유권자들의 선택이 적중하면서 1992년 14대 대선부터 충청권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거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공식이 계속 이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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