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적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2조 8000억 달러가량 줄지만 감세 법안의 효과로 2조 4000억 달러 정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통해 감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재정적자 축소 효과는 4000억 달러에 그치는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의회 산하 예산 분석 기관인 의회예산국(CBO)이 민주당의 요청에 따라 공개한 관세정책 자료를 바탕으로 이 같이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CBO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까지 시행한 관세 인상 조치로 재정적자가 2035년까지 2조 5000억 달러(약 3410조 5000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봤다. 연방정부 순차입액 감소에 따른 이자비용 절감으로 5000억 달러(약 682조 원) 정도의 적자 폭을 추가로 줄일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무역 보복으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매년 0.06%포인트씩 감소하고 올해와 내년 물가는 0.4%포인트씩 상승한다는 가정 아래 총액은 2조 8000억 달러(약 3819조 7600억 원)로 낮춰 추산했다.
한국 등 60여 개국의 개별 상호관세, 중국산 제품 30% 추가 관세, 캐나다·멕시코산 25% 관세, 자동차 부품 25% 관세 등을 가정한 분석이다. CBO가 초당파적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걱정하는 채권 투자자들을 달랠 수 있는 내용인 셈이다.
실제 5일 미 상무부는 올 4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616억 달러로 3월보다 757억 달러(55.5%) 감소했다고 밝혔다. 적자 폭은 지난 2023년 9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작았고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633억 달러)도 밑돌았다.
문제는 앞서 CBO가 최근 하원을 통과한 감세 법안을 두고도 10년간 미국의 재정적자를 2조 4000억 달러(약 3265조 2000억 원) 더 늘릴 것이라고 추정했다는 점이다. 이 경우 관세를 통한 재정적자 축소 효과는 4000억 달러(약 554조 5600억 원)로 쪼그라들게 된다. 블룸버그는 “CBO는 관세가 얼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는 추정하면서 경제성장·금리와 같은 변수가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브로맨스를 자랑하던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감세 법안을 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머스크 CEO는 4일 X(옛 트위터)에 “상·하원의원에게 ‘미국을 파산시키는 것은 괜찮지 않다’고 전화하고 법안을 죽이라”고 선동했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머스크의 의견에 동조한 랜드 폴 상원의원을 겨냥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과 다가오는 엄청난 성장을 거의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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