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 브랜드 구찌가 뉴욕 5번가에 위치한 고급 부동산 자산을 매각한다. 럭셔리 시장 둔화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비용 절감에 고삐를 조이는 모습이다.
5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구찌 모회사인 케링은 사모펀드 아디안과 수의 계약을 통해 뉴욕 5번가에 위치한 부동산 지분 대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케링은 구찌와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타 등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럭셔리 그룹이다.
뉴욕 5번가는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거리로 꼽힌다. 루이비통과 프라다, 샤넬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은 물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공립도서관 등이 위치한 문화적 심장부이기도 하다. 뉴욕의 랜드마크인 록펠러 센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도 이 곳 5번가에 있다.
케링이 보유한 이 건물은 록펠러센터와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 인근 715-717번지에 위치해 있다. 케링은 지난해 1월 9억 6300만 달러(약 1조 3075억 원)를 들여 이 건물을 사들였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막대한 현금을 활용해 건물주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입지를 굳히고 싶은 장소에 깃발을 꽂은 것"이라고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케링은 매입 1년여 만에 건물을 다시 내놓게 됐다. 플래그십 브랜드인 구찌 매출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 컸다. 케링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으며,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4% 또 하락했다. 그룹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구찌의 매출은 25% 줄었다. 실적이 악화하면서 케링의 주가는 지난 한 해 43% 급락했다.
FT는 케링이 올해 초 투자자들에게 매장 임대차 계약에 대한 보장을 확보하는 한편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일부 부동산 자산의 지분을 계속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뉴욕 5번가 임대료는 살인적이다. 부동산 서비스 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뉴욕 5번가 임대료는 ㎡당 약 3000만 원으로 이탈리아 밀라노(약 3070만 원)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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