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정상 통화 후 무역 전쟁 해소의 물꼬를 튼 미국과 중국이 9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두 번째 협상을 갖는다. 미국 백악관은 특히 당장 관세율을 조정하기보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등 양국의 비(非)관세 조치부터 해제하는 데 논의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8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핵심 광물의 수출이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가 제네바에서 합의했다고 생각했던 수준만큼 빠르지는 않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해싯 위원장은 “우리는 휴대폰과 다른 모든 것에 중요한 자석 등 희토류가 4월 초 이전처럼 유입되기를 원한다”며 “어떤 기술적인 작은 문제로 그 유입을 늦추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협상이 곧 마무리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해싯 위원장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9일 주요 협상 대상으로 거론한 것은 지난달 12일 양국이 스위스 제네바 합의 이후에 다른 비관세 조치로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미국과 중국은 상호 관세율을 90일 간 115%포인트씩 내리기로 합의하면서도 상호 무역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새 인공지능(AI) 칩 수출 통제 지침 발표, 반도체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판매 중단, 유학생 비자 취소 등으로 대(對) 중국 압박 수위를 높였고 중국은 아이폰 자국 출시 연기 등으로 맞섰다.
무엇보다 중국이 제네바 합의 이후에도 희토류 수출에 제한을 거는 점이 미국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산 희토류가 유통되지 않자 미국의 자동차, 전자 등의 산업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광산 생산의 60~70%, 제련·분리 공정의 90%, 완제품인 자석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살실상의 지배 국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루스소셜에서 중국의 희토류 7종 수출 통제 유지 조치를 겨냥해 “중국이 우리와의 합의를 완전히 위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에 “일방적으로 무역 마찰을 일으킨 나라는 미국”이라고 반발하면서도 희토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번 런던 협상은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 통화를 계기로 마련됐다. 미국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가, 중국에서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각각 런던에서 마주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대중국 수출 통제를 지휘하는 러트닉 장관은 제네바 협상 때는 없던 인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국 무역 전쟁이 관세에서 수출 통제로 초점을 전환했다”며 “중국도 미국의 수출 통제 해제 조치를 요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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