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내란·김건희·채해병 등 ‘3대 특검’이 본격적인 수사 준비에 착수했다. 특검은 수사팀 구성과 특검보 인선, 사무실 확보 등 최대 20일간의 준비를 거쳐 7월 초 수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수백 명 규모의 검사와 수사관이 특검팀에 파견될 예정이어서 검찰 내부의 인력난과 사건 처리 지연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달 12일 내란 특검으로 임명된 조은석(60·사법연수원 19기) 전 서울고검장과 김건희 여사 특검으로 임명된 민중기(66·사법연수원 14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채상병 특검으로 임명된 이명현(63·군법무관 9회) 전 국방부 고등검찰부장은 전날부터 본격적으로 수사팀 구성과 사무실 확보 작업에 돌입했다.
내란 특검을 지휘하는 조 특검은 전날 “수사에 진력해온 국가수사본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검찰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사초를 쓰는 자세로 세심하게 살펴가며 오로지 수사 논리에 따라 특별검사의 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씨 관련 공천 개입, 건진법사 관련 고가 가방 수수 의혹 등을 수사하는 민 특검도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이 됐던 사건인 만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할 것 같다”며 “먼저 사실관계와 쟁점을 파악하고 사무실을 준비하는 데 진력하겠다”고 했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과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 특검도 “억울한 죽음에 대해 명백하게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겠다”면서 “누가 진실을 은폐하는지는 나와 있다”며 강력한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세 특검 모두 윤석열 정부와 대립한 적이 있거나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검찰 특수통 출신인 조 특검은 권력형 비리나 기업 수사 등 굵직한 특수 수사들을 맡아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정권과 관계없이 법과 원칙을 중심으로 수사해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 미운털이 박히는 등 원칙주의자로 평가받는다. 노무현 정부 당시 안희정 전 의원을 구속 기소했고 윤석열 정부 때는 감사원 감사위원을 맡으며 전현희 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 문제로 윤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판사 출신인 민 특검은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을 3년간 이끌었다. 법원에 있을 때는 사회적 약자와 국민 기본권 보장을 향상시키는 판결을 여러 차례 선고한 바 있다.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2017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장을 맡았다. 법원 내에서는 성품이 인자하고 부드럽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해진다.
군 법무관인 이 특검은 군 출신인 만큼 강직한 성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특검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장남 병역 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직속상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는 등 군에서도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이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 합참 법무실장 등을 역임했다.
세 특검 모두 제한된 수사 기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주말과 연휴까지 반납하고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일 전망이다. 내란 특검과 김 여사 특검은 150일, 순직 해병 특검은 120일간 수사한다. 조 특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와 재판을 지휘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만나 비상계엄 수사팀의 협조를 구했다. 현재 비상계엄특별수사본부 검사와 수사관의 인력 파견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 특검은 이날 경찰 특별수사단도 찾아 약 1시간 동안 관련 업무를 협의했다.
세 명의 특별검사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수사를 함께 이끌 특별검사보(특검보) 인선을 진행하고 있다. 내란 특검이 특검보 6명을, 김건희 특검과 채상병 특검이 각각 특검보 4명을 임명한다. 특검보는 경력 7년 이상의 검사 또는 판사 출신 변호사 중에서 임명된다. 후보자 명단 제출 후 대통령이 내란·김건희 특검보는 5일 내, 채상병 특검보는 3일 내에 최종 확정해야 한다.
과거 박영수 특검의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당시에는 특검 임명 이틀 만에 특검보 인선이 완료된 바 있다. 당시 특검팀은 먼저 수사팀장을 정한 뒤 그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특검보 후보군을 선별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번 특검에서도 비슷한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먼저 수사팀장을 선임하고 이를 바탕으로 특검보 후보를 추려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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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 지휘부는 방대한 수사팀을 효율적으로 이끌기 위해 수사 역량과 조직 관리 경험을 두루 갖춘 특검보 후보군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특검보는 수사 지휘와 공소 유지뿐 아니라 수사 상황을 외부에 알리는 공보 업무까지 맡을 수 있어 특검과의 업무 호흡은 물론 사법연수원 기수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고려될 전망이다. 다만 특검보로 임명되면 공소 유지 업무가 끝날 때까지 변호사 활동을 포함한 모든 영리 업무가 법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임명을 고사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지휘부 구성이 마무리되면 특검은 법무부와 본격적으로 파견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 및 구성 협의에 나서게 된다. 현재 예정된 수사 인력 규모는 내란 특검팀이 특검보 6명과 검사 60명을 포함한 총 267명이며, 김건희 특검팀은 총 205명, 순직 해병 특검팀은 총 105명이다.
이번 특검에서는 기존 수사를 담당하던 검사와 수사관들이 대거 특검팀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검찰 내부에서는 대규모 인력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상 특검팀 구성 시 기존 사건을 담당했던 핵심 인력을 우선적으로 파견받지만 이번 특검은 수사 규모가 예년보다 훨씬 방대해 인력 배치를 둘러싼 갈등과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검찰도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핵심 인력의 이탈을 막으려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선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형사부 검사 5명 중 한 명만 빠져도 업무에 상당한 타격이 있다”며 “특히 사건 수사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5~10년 차 중견 검사가 빠질 경우 수사력 손실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최근 검찰 내부에서는 점심시간에도 누가 특검팀에 가고 누가 남게 될지를 두고 걱정 섞인 대화를 자주 나눈다”며 “업무 공백과 사건 적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특검에 합류하는 검사나 남아 있는 검사 모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특검 인력이 사용할 사무실 확보 역시 현실적인 과제다. 특검은 검찰청과 분리된 독립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데, 압수수색이나 영장 청구 등 수사 진행의 효율성을 고려하면 서울중앙지검과 서울중앙지법이 위치한 서초동 일대가 가장 적합하다. 실제 과거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도 서초동과 가까운 강남구 대치동 선릉역 인근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당사자들의 거주지와 가까운 점도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 특검은 규모가 워낙 커 사무실과 조사실 등 필요한 공간을 모두 확보하려면 건물 하나를 통째로 임대해야 할 수준이다. 서초동 일대에서 마땅한 건물을 찾기 어렵다면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이전하거나 특검팀이 각각 흩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수사 상황 관리와 보안 문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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