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수 주 이상 이어지고 미국이 이를 암묵적으로 승인한 상태라고 미 CNN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등 제3국이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더 큰 규모의 충돌로 번지거나 유가 급상승 등으로 세계 경제가 메가톤급 충격에 휘청이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CNN방송은 백악관 및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작전이 며칠이 아닌 몇 주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작전 일정에 반대 의사를 표하지 않았다고 CNN에 말했다. 백악관 관계자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이런 계획을 알고 있으며 암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CNN에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충돌 지속 기간이 이란의 대응에 달려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의 협상 계속으로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도 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작전의 장기화를 예상하고 있다. 파와즈 게르게스 런던정경대 국제경제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1회성 공격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일방적 전쟁 선포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공격이 몇 주는 계속될 거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며 장기화를 우려했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13일 이란 테헤란의 핵시설 등을 선제 공격한 뒤 발표한 성명에서 "목표는 이란의 핵시설과 탄도미사일 공장, 군사시설을 타격하는 것이고 작전은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며 작전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BBC방송은 장기화에 따라 확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가능성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들을 분석했다. 첫번째는 미국의 개입 가능성이다. 이란이 직접, 혹은 예멘 후티 반군 등 '대리 세력'을 통해 만에 하나라도 중동 곳곳에 배치된 미군부대, 외교공관 등 미국 시설·인력을 타격한다면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중동 내 다른 국가들이 휘말려들 가능성도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강력한 방어를 뚫지 못해 실질적 타격을 입히지 못하는 경우에 국방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다른 국가를 공격 상대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은 실제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유전지대를 타격했다는 의혹을 산 적이 있다. 2022년에는 후티 반군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시설물을 공격한 사례도 있다.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의 목표로 내세운 '이란 비핵화'를 끝내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에도 BBC는 주목했다. 가령 핵 시설이 지하 너무 깊은 곳에 강력한 방어시설로 탄탄히 보호받고 있어, 이란의 강력한 공격으로도 파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끝내 이란의 핵물질을 파괴하지 못한 경우, 이란은 추가 공격을 억지하기 위해 오히려 핵무기 생산을 앞당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BBC는 짚었다.
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제가 더 큰 충격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미 유가가 상당히 상승한 상황에서 이란이 공격에 대한 보복 조치로 유조선 주요항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한다면 그 상승폭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바라는 대로 이란 정권이 붕괴한다는 가능성도 없지 않다.
BBC는 "이런 다양한 가능성은 앞으로 다가올 며칠간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이란은 어떤 강도로 어떻게 이스라엘에 보복할 것인가, 미국은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할 것인가.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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