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K콘텐츠 시장을 300조 원 규모로 확대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힌 가운데 K콘텐츠의 마지막 퍼즐로 K애니메이션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애니메이션인데다 종교를 소재로 한 까닭에 국내 투자 및 개봉에 난관을 겪던 K애니 ‘킹 오브 킹스’가 북미에서 개봉해 돌풍을 일으키며 영화 ‘기생충’의 흥행 수익을 넘어서면서 K애니메이션의 높은 성장 가능성이 증명됐다. 특히 더빙이 가능한 애니메이션은 자막이라는 높은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어 문화 상품으로서 수출이 용이하다. 캐릭터, 드라마, 웹툰 등의 지적재산권(IP)으로 확장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이러한 K애니메이션의 성장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애니메이션 지원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년 약 6417명이던 종사자 수를 2030년까지 9000명 수준으로 확대하고 매출액도 같은 기간 1조 1000억 원에서 1조 9000억 원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이에 글로벌 지원을 더욱 다각화하고 확대해 ‘애니메이션 넥스트-K'를 열겠다는 게 콘진원의 복안이다.
실제로 콘진원은 제작비 지원을 현실화하고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 사업을 신설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2022년 신설된 IP 활용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 사업으로 ‘퇴마록’과 ‘도토리 문화센터’가 제작됐다. 특히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퇴마록’은 관객 50만 명을 동원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으며, 동명의 카카오웹툰을 원작으로 한 ‘도토리 문화센터’는 EBS 1TV에서 이달부터 방송되고 있다. 콘진원의 한 관계자는 “IP의 수명을 확장하고 IP가 보유한 팬덤 유입으로 애니메이션 소비층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IP 활용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콘진원은 단년도 지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년 연속 지원 제도도 2023년부터 도입했다. 장편·세계관 기반 프로젝트 등 장기 제작 대응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단년도 지원 구조에서 점진적으로 장기간 진행하는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을 고려해 지원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제작비 지원 규모를 현실화해 2배로 늘리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IP 활용 애니메이션 지원금을 2023년보다 2배 늘려 최대 8억 원으로 잡았다. 또 영유아 타깃을 넘어 청장년층 대상 애니메이션 지원 사업을 신규 도입해 서사 중심의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가 결합된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콘진원은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작품뿐 아니라 예술성과 독창성이 뛰어난 독립 애니메이션을 지원해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동시에 균형 있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한국 작품 중 유일하게 경쟁 부문에 초청된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은 지난해 콘진원으로부터 극장용 중저예산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을 받았다. 2021년 독립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을 받은 한지원 감독의 ‘이 별에 필요한’은 넷플릭스의 첫 K애니메이션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올해 들어서도 콘진원의 애니메이션 지원 사업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이달 10~13일 프랑스 안시에서 열린 세계 최대 애니메이션 마켓인 ‘2025 안시 애니메이션 필름마켓’에서 2200억 원의 수출 상담액을 달성했다.
하반기에도 글로벌 진출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다. 10월 프랑스 밉주니어·밉컴, 12월 싱가포르 아시아 TV포럼에서 한국 공동관을 운영하며 K애니메이션의 글로벌 진출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또 애니메이션 기업의 개별 해외 마켓 참가를 돕는 ‘기업자율형·마켓지정형 해외마켓 참가 지원’ 사업을 병행 추진한다.
유현석 콘진원 원장직무대행은 “K애니메이션은 단순한 수출 콘텐츠를 넘어 글로벌 협업의 파트너로서 인식되고 있다”며 “콘진원은 공동 제작과 전략적 연계를 통해 국내 기업이 장기적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해외 진출 지원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경제·한국콘텐츠진흥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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