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태양광 발전 업계가 붕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 정책이 전환된 가운데 미 의회가 태양광 산업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에서 총 9개 재생에너지 기업이 파산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총 16건의 파산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FT 분석이다.
최근 파산한 재생에너지 기업 중 상당수는 태양광 산업과 관련한 업체로 보인다. 실제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달 초 미국 최대 주택용 태양광 설치업체 선노바에너지가 파산 신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태양광 기업에 대출 서비스를 앞세운 솔라 모자이크도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미국 내 상당수 재생에너지 기업은 이미 고금리와 비용 상승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정부 지원이 불확실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파산을 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선노바 측은 파산을 신청 배경에 대해 “국가 차원의 태양광 지원 약속이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미 의회에서 논의되는 세법조정안도 업계 불안을 키우고 있다. 최근 미 상원 재무위원회가 2028년까지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 세액공제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다.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근거한 태양광과 풍력에 대한 보조금을 2026년까지 60%까지 줄인 뒤 2028년까지 전면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FTI 컨설팅 재생에너지 전무 카터 아틀라마조글루는 “아직 (법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매우 부정적인 분위기인 것은 분명하다”며 “주택 소유자부터 금융업자까지 모두가 상황을 지켜보며 태양광 설치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태양광 보험업체 솔라 인슈어의 최고경영자(CEO)인 아라 아고피안은 “태양광 수요가 50~60% 줄어들 것”이라면서 “많은 태양광 회사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며 세액공제가 사라질 경우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관련 기업 주가도 급락하고 있다. 태양광 시스템 공급업체 선런의 주가는 올해 들어 40% 가까이 하락했고, 엔페이즈 에너지, 퍼스트 솔라, 솔라엣지 등도 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FT는 “분석가들은 상원이 하원의 강경한 입장을 그대로 수용한 데 충격을 받은 투자자들이 태양광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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