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인디아가 최소 3대의 에어버스 항공기를 비상탈출용 슬라이드 장비 점검 없이 운항한 사실이 드러나 인도 항공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일부는 3개월 이상 필수 점검 없이 국제선을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일주일 전 발생한 AI171편 여객기 추락 사고에 이어, 에어인디아의 안전 시스템에 대한 신뢰에 다시 한 번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민간항공총국(DGCA)은 지난 5월 불시 점검에서 에어인디아의 A320 및 A319 항공기 3대가 비상탈출 장비에 대한 필수 점검 없이 운항한 사실을 적발했다. 특히 A320 기종 1대는 점검 지연 기간 중 두바이, 리야드, 제다 등 국제노선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DGCA는 “비상 장비 미점검 운항은 명백한 안전 규정 위반이며, 해당 항공기의 감항증명(비행기를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문서)은 자동 정지된 것으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또 에어인디아가 시정 보고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않은 점, 내부 절차 관리가 전반적으로 실패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번 경고는 감항 담당 국장 아니메시 가르그가 직접 캠벨 윌슨 에어인디아 CEO와 관리자에게 서한을 보내 통보한 것으로, 향후 벌금 등 추가 조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에어인디아는 관련 사실을 인정하고 “비상탈출 장비를 포함한 전체 정비 기록을 긴급히 재검토 중이며, 빠른 시일 내 점검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항공기의 경우 정비 중 슬라이드가 우발적으로 전개되며 누락 사실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DGCA는 “반복된 지적에도 시정 조치가 이행되지 않았고, 품질관리와 계획 부서 전반에 구조적 통제 실패가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 12일 보잉 787-8 항공기 추락 사고 이전에 작성된 것이지만, 이번 경고는 이미 신뢰가 흔들린 에어인디아에 또 다른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어인디아는 2022년 타타그룹 인수 후 ‘글로벌 항공사’ 도약을 선언하며 대규모 개편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기내 산소 부족으로 12만7000달러의 과태료를 부과받고, 조종실 무단 출입 사건 등 각종 안전 사고가 이어지며 체계 미비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에어인디아 측은 “대부분 항공기는 감항 요건을 충족하고 있으며, 일부 서류상의 미비는 실제 운항 안전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 12일 오후 1시 38분경 아메다바드 사르다르 발라바이 파텔 국제공항에서 영국 런던으로 출발한 에어인디아 AI171편 여객기는 이륙 30초 만에 추락하며 최근 11년 간 최악의 민항기 항공 참사로 기록됐다. 이 사고로 지금까지 최소 270명이 사망했고 탑승자 242명 중 생존자는 단 1명뿐으로 인도 출신의 영국 국적자다. 사고기는 국립 B.J 의대 기숙사 건물로 추락하면서 지상에서도 추가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재 인도 당국은 블랙박스의 조종실 음성 기록 및 비행 데이터, 잔해 등을 바탕으로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항공 전문가들은 엔진 성능 저하, 날개 설정 오류, 이륙 직후 착륙 장치 미수납 등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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