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내달 20일 치러질 참의원(상원) 선거 전초전으로 주목받은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역대 최소 당선자를 기록하며 참패했다.
지난해 10월 총선(중의원 선거)에서 연립 여당 공명당과 합쳐 과반 의석 달성에 실패한 이시바 시게루 정권은 이번 선거에서도 패배하면서 구심력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23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투표가 이뤄진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은 전체 127석 가운데 21석을 얻는 데 그쳤다. 기존 의석수 30석에서 9석이 줄었고, 이전 최소인 2017년의 23석보다도 더 적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특별고문을 맡은 도민퍼스트회는 기존 26석에서 5석 증가한 31석을 얻어 2021년 선거에서 자민당에 내줬던 도의회 제1당 지위를 되찾았다. 공명당은 22명의 후보를 내 ‘9연속 전원 당선’을 목표로 했지만, 이전 23석에서 4석을 잃은 19석을 기록했다.
이외에 입헌민주당은 5석 증가한 17석, 공산당은 5석 줄어든 14석을 각각 획득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의석수를 4배로 늘리며 돌풍을 일으킨 국민민주당은 이전까지 도의회 의원이 없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9명을 당선시켰고, 우익 성향 참정당도 처음으로 의원 3명을 배출했다.
일본 언론은 자민당의 선거 참패 배경으로 비자금 문제를 꼽았다. 도쿄도 의회의 자민당 회파(會派·의원 그룹)는 당 중앙 파벌과 마찬가지로 과거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수입 일부를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사히신문이 2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출구조사에서는 62%가 자민당 비자금 문제를 고려해 투표했다고 답했다. 자민당이 총선에 이어 비자금 문제로 냉엄한 심판을 받은 것이다.
이에 일본에서는 정치자금 문제를 둘러싼 역풍이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 이어 다음 달 참의원 선거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민당의 한 간부도 NHK에 “정치자금 문제의 영향이 있었다”며 “물가 대책은 다른 정당도 강조했기에 유권자에게 별로 와 닿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도의원 선거는 7월 참의원 선거의 ‘선행 지표’로 주목을 받았다. 4년마다인 도의원 선거와 3년마다 정원 248명의 절반을 뽑는 참의원 선거가 같은 해에 겹치는 것은 12년에 한 번 꼴이지만, 그동안 다수의 선거에서 도의원 선거와 참의원 선거가 비슷한 결과를 보여왔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50명의 당선자를 내 전체 과반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공 양당이 과반 의석 유지에 실패하거나 선거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자민당 내에선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 자민당 총재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이시바 총리는 이에 대응해 공명당 이외에 야당 일부를 끌어들여 연정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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