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2029년까지 국방비 지출 규모를 약 70%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보다 빠른 속도로 국방예산을 늘리는 것으로 독일의 이른바 ‘재무장’ 행보에 본격적인 속도가 붙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국방비 지출 규모를 올해 950억 유로(약 150조 6000억 원)에서 2029년 1620억 유로(약 256조 7000억 원)로 증액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매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약 85억 유로 규모의 군사 원조도 포함된다.
현 계획대로 지출이 이뤄질 경우 독일의 핵심국방비(core defence spending)는 202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4%에서 2029년 약 3.5% 수준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는 유럽 주요국보다 속도를 앞선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프랑스는 현재 GDP 대비 약 2% 수준인 자국의 국방 예산을 2030년 3~3.5%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영국은 현재 GDP의 약 2.3% 수준인 국방비를 2027년 2.6%, 2029년 3% 등으로 순차적으로 높여가겠다는 생각이다.
독일의 방위비 확대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안보 위협과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GDP의 5%를 국방비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은 앞서 3월 기본법(헌법)을 개정해 국방비에 부채한도 예외를 적용하고 사실상 무제한으로 풀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온 독일은 이번 예산안으로 재정적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방예산과 함께 인프라 분야에도 많은 돈을 쏟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올해 예상되는 재정적자 규모는 82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330억 유로에서 2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2029년 재정적자가 1260억 유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번 예산안은 라르스 클링바일 재무장관이 24일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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