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인류의 건강과 생태계를 위해 인간의 대변 샘플을 냉동 보존하는 ‘미생물 금고’ 구축에 나섰다.
27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린 논평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오타 볼트(Microbiota Vault)’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에서 영감을 받은 이 프로젝트는 인간, 동물, 식물, 환경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백업 사본을 보존해 미래 세대가 연구하거나 생태계를 복원하고, 의료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연구진은 현재 영하 80도의 냉동고에 1000여 점의 인간 대변 샘플과 200점 식품 샘플을 보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시작된 이후, 브라질·에티오피아·가나·라오스·태국·스위스 등지에서 총 1204점의 배설물 샘플과 190점의 식품 샘플이 수집됐다.
연구진은 “미생물의 손실은 알레르기, 자가면역 질환, 대사 질환 등 만성질환의 놀라운 증가와 관련이 있다”며 “이는 농업과 생태계 회복력을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항생제 남용, 기후 변화, 영구 동토층 해빙,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미생물 다양성은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직 냉동된 미생물을 해동해 인간 장이나 생태계에 재도입했을 때 동일한 효과가 발휘된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하지만 연구진은 “언젠가는 과학이 충분히 발전하면 그런 기술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프로젝트 측은 2029년까지 총 1만 점의 샘플을 확보할 계획이며,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처럼 장기 보존에 적합한 독립된 저장소 부지를 물색 중이다.
연구진은 “미래 세대에 대한 우리의 의무는 미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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