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게임 1’ 시리즈는 253억 원 정도의 제작비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로부터 지원 받아 제작됐고, 넷플릭스는 황동혁 감독으로부터 저작권 전부를 양도받은 가운데 오징어게임 드라마를 통해 1조 20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황동혁 감독은 넷플릭스에게 저작권을 모두 양도했기 때문에 추가로 보상을 청구할 권리를 가지지 못했다. 바로 ‘추가보상청구권’의 중요성에 대한 입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증이다.”(한지영 한국저작권법학회 회장)
6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K창작자를 보호할 유일한 희망, 정당한 보상’이라는 이름으로 K콘텐츠 발전을 위한 정당 보상 체계 도입 공청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간사)와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문체위 국민의힘 간사)가 공동 주최했으니 사실상 국회 여야가 공감한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저작권법학회도 공동 주최했다. 한 회장의 위의 말에 이날 행사의 이유가 설명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화콘텐츠에는 많은 분야가 있으나 이날은 특히 영상콘텐츠 저작물에 논의가 집중됐다. 저작권법 개정 필요성이다. 현재 영상콘텐츠 저작자나 실연자들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로는 배우나 작가, 감독, PD 등 창작자들이 일회성의 대가만 받고 영상제작자 등 이용자에게 모든 권리를 양도하는 업계의 관행, 즉 ‘매절계약’이 문제다.
이는 아쉽게도 현행 법에 근거하고 있다고 지적되는데 “특약이 없으면 영상저작물의 이용에 관한 모든 권리를 영상제작자에게 양도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현행 저작권법상 영상저작물 특례 규정이 핵심 문제다. ‘특약’을 체결할 여유가 없는 창작자들이 저작권을 제작사·유통사에게 통째로 넘겨준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등 거대 온라인동영사서비스(OTT)와의 계약 자체가 심각한 불공정 매절계약에 다름 아니라는 주장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독소조항일 수 있는 이런 내용이 현행 저작권법에 들어있는 이유가 있다. 영상저작물의 경우 단순한 창작자로 분류되는 한두 사람이 아닌 대규모 인력과 자본이 들어가고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제작자의 역할과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가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다국적 거대 OTT는 이러한 잠정규정을 악용하기 시작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안효질 고려대 교수는 특히 문제가 많은 영상콘텐츠 저작물 관련 저작권법 내용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만든 ‘개정안’ 시안을 공개했다. 개정안은 저작권자와 실연자에게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협력할 것을 약정하는 최초의 계약 체결시 ‘정당보상’을 받도록 하고(정당보상청구권), 그 영상저작물의 후속 이용에 대해 추가로 보상을 받도록 하는 것(추가보상청구권)을 골자로 했다.
다만 추가보상은 영상제작자가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영상제작자로부터 저작재산권을 양도, 배타적 발행권 설정 또는 이용 허락을 받은 제3자, 즉 그 영상저작물을 직접 이용하는 사업자로부터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OTT에 적용한다면 당연히 OTT와 최초 계약을 정당하게 하고, 이후 흥행 성공시 추가보상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OTT가 ‘그런 계약할 수 없다’고 할 수 없도록 국내 저작권법에 명시를 하지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양도 뿐만 아니라 라이선스 등 다른 방법의 이용에서도 마찬가지다. 한효질 교수는 “중요한 문제는 저작권자나 실연자 등 창작자가 그 창작 노동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지의 여부”라고 설명했다.
다만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각기 자신의 분야에 대해 다소 다른 목소리를 냈다. 강윤성 감독(한국영화감독조합 이사)는 “구조적 부조리가 ‘오징어게임’을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대부분 감독들은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가질 방법조차 없는, 그 구조 자체가 바로 저작권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한대 싸이더스 대표(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운영위원)은 “영상제작자도 창작자이며 저작권자”라고 전제하면서 “현재 OTT 시장에서 영상콘텐츠에서 제기되고 있는 불공정한 계약과 비교를 한다면 한국의 영화 시장은 보다 선진적인 보상 모델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영진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과장은 “이해 관계자들이 맞서고 있는데 문체부는 먼저 상호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의 상생방안을 모색하고자 작년 5월에 ‘영상물 보상 상생협의체’를 출범했다. 현재 상생 협약 체결을 위한 이해관계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한번 통과되고 나면 경직성을 가지게 되는 법률안을 두고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도, 개별적 협상의 여지가 있는 ‘상생 협약’이라는 틀 안에서 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라고 전했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 의원이 이날 공청회를 방문해서 논의에 힘을 실었다. 정 의원은 축사를 통해 “2004년 국회의원이 되고 17대 문화관광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저작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처음 한 일이 문화예술 대가들을 찾아 가서 공부하는 것이었다. 당시 서울문화재단 유인촌 대표, SM 이수만 사장 등을 찾아갔었다. 이를 통해 음원 무료다운 금지, 표준계약서 작성 등에 역할을 했다. (21대에서도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활동했다)”며 “정당한 노력에는 정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대형 플랫폼 회사들이 모든 것을 휩쓸어가는 것이 바로잡히지 않고 있다. ‘추가보상청구권’은 바로 입법화돼야 한다. 문화예술은 민주주의 토양에서 자라는 나무와 같다. 문화예술인들이 공정하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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