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폐업 사업자가 1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면 영세 사업자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경영계의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최저임금 4차 수정안을 통해 노사 양측 격차가 최초 1470원에서 1150원까지 좁혀졌지만 경영계와 노동계는 각각 폐업자 급증과 생계 등을 근거로 배수진을 친 상황이라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이 결정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최저임금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됐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폐업 사업자 수가 2006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다”며 “최저임금 고율 인상은 커다란 파도처럼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폐업자 수가 일반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2023년(약 98만 명) 대비 2만 명 늘었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고율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는 근거로 폐업자 통계를 내세운 셈이다. 반면 노동계는 저임금 근로자 생계와 최저임금 내수 진작 효과를 고율 인상론의 근거로 제시했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회의가 열릴 때마다 자영업자가 걱정된다”면서도 “하지만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된 상황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양측이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지만 이날 노사가 4차 수정안을 내면서 노사가 원하는 임금 수준 차이는 1150원까지 좁혀졌다. 최초 요구안으로 1만 1500원(14.7%)을 제시한 노동계는 1차 수정안에서 금액을 바꾸지 않았다. 2차 수정안에서 40원을, 3차 수정안에서 100원을 더 내려 1만 1360원(13.3%)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와 같은 동결을 최초 요구안으로 꺼낸 경영계는 1차 수정안에서 30원을 올린 1만 60원(0.3%)을 요구했고 2차 수정안에서 10원을, 3차 수정안에서 20원을 더 올려 1만 90원(0.6%)을 제시했다. 노사는 이날 4차 수정안으로 각각 1만 1260원(12.3%), 1만 110원(0.8%)을 제시했다. 최임위는 3일 제9차 전원회의를 연다.
내년 최저임금을 정할 올해 심의도 예년처럼 노사 갈등 반복으로 이미 법정시한(6월 29일)을 넘기면서 현재로서는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최저임금 제도는 1988년 도입 이후 38번 정해지는 동안 노사 합의로 결정된 경우가 7번에 불과하다. 31번은 위원 투표로 결정됐지만, 노사는 회의장에서 퇴장하는 등 투표 결과를 거부하는 일도 잦았다. 권순원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간사는 “최저임금은 기업 교섭이 아니라 모두에게 최적의 결과를 만드는 통합적 교섭”이라며 “노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국민 경제 차원에서 최적의 수준이 무엇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최임위 위원들에게 당부했다. 최저임금은 매년 8월 5일 고시일을 고려하면 이달 중순까지 결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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