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분양을 목적으로 아파트를 지을 때 사실상 두 번의 취득세 과세가 이뤄져 주택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자동차·요트 등과 달리 주택만 사업자의 보존 등기 시점에도 2.8%의 원시취득세를 내야 해 건설 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수분양자에 가격이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건설 업계 등에 따르면 현행 법규상 건설 사업자는 보존 등기 때 원시취득세를 내야 한다. 이후 분양이 이뤄지면 수분양자가 소유권 이전 등기 시 1~3%의 취득세를 내게 된다. 이 같은 이중과세 구조로 사업자가 분양가에 원시취득세를 반영하는 등 가격 왜곡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택의 원시취득세 제도는 사실상 이중과세”라며 “분양가에 원시취득세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결국 수분양자도 높은 가격에 주택을 분양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 업계 안팎에서는 원시취득세를 감면하면 분양가가 낮아지고 사업자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평가한다. 또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과 유사한 자산인 차량과 선박 등은 판매를 목적으로 생산한다는 이유로 조세 정책적으로 원시취득세를 비과세한다”며 “분양을 목적으로 건축한 주택사업자에게는 원시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자는 분양을 목적으로 형식적으로 주택을 소유하는 것에 불과한데 취득세 부과는 거래 이익이 없는데도 취득세 납부 의무를 발생 시키는 것으로 실질 과세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재건축 주택과 형평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합이 사업 주체가 되는 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원이 주택을 취득한 것으로 간주해 조합에 원시취득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건설 업계 관계자는 “원시취득세는 조세 형평성에 맞지도 않을 뿐 아니라 사실상 분양가를 올리는 요인”이라며 “사업자에 대한 원시취득세를 비과세해야 하고 당장 비과세가 힘들다면 주택 시장이 회복할 때까지라도 한시적 비과세를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등은 이 같은 내용의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원시취득세 제도와 더불어 급격한 친환경 에너지 정책도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평가된다. 국토교통부는 건설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동주택 제로에너지 의무화를 지난달부터 시행했다. 제로에너지 의무화는 에너지 자립을 위해 시공 시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포함하도록 한 제도이다. 건설 업계에서는 태양광 모듈 규모나 설치 각도, 건물과 전체적인 조화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설계와 시공이 요구돼 공사비 인상의 요인으로 평가한다. 국토부는 전용면적 84㎡ 기준 가구당 추가 건설 비용이 130만 원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600만 원 이상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평가한다. 한 중견 건설 업체 관계자는 “대형 시공사의 경우 자체적인 기술이 있어 태양광 설비 등을 구축하는 기술이 누적돼 있다”며 “반면 중견·중소건설사의 경우 자체 기술이 없어 시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공사비 상승, 공기 지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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