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문화강국으로의 성장을 기대하면) 뿌듯하기는 한데. 지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못 뽑고 있어요. 너무 복잡하게 고민하다 보니까. 이걸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하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문화강국의 꿈, 세계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최근 문화예술계 수상자들과 함께 한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수장 선임이 한 달이 지나도록 오리무중인 상황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명이었다. 앞서 마찬가지로 인수위원회가 없었던 문재인 정부 때는 취임 이후 21일 만에 문체부 장관이 지명됐었다.
2일 문화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3일로 한 달이 되지만 아직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으면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지론인 ‘글로벌 소프트파워 빅5 문화강국 실현’을 뒷받침할 인물이 어떤 성격을 가져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문화예술, 특히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전문성이 있고 예산이나 행정에 대해 업무 능력이 있으면서 이 대통령과 코드도 맞아야 한다.
일단 최근까지 문체부 장관으로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은 유홍준 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청장이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직속 기구인 K문화강국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또 관료로는 문재인 정부 때 문체부 차관을 지냈던 김현환 한국외대 교수, 문화계에서는 대선 당시 K문화강국위 수석 부위원장을 맡았던 이우종 전 경기아트센터 사장 등이 눈에 띈다. ‘이재명 평전’을 펴낸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도 언급되는 인물 중 하나다. 최근 들어서는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 등 정치인 이름도 나온다. 문체부 내에서는 조직 안정에 유리한 관료 출신을 희망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 정책적으로 문화 부분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대대적으로 늘리고 자라나는 세대들한테 기회도 좀 주고, 그리고 산업으로도 키우고, 전 세계로 진출해서 대한민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키우면 우리가 세계적인 강국으로, 선도 국가로 갈 수 있지 않겠나”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문화계 인사는 “이 대통령이 실무 능력 중심의 현장주의를 강조하고 있는데 그동안 발언을 보면 문화 관련 기업인이나 문화계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성공한 사람을 찾는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문화계에서 중량감 있는 인사가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다른 문제다.
새 정부 문체부 장관은 문화 산업 육성과 함께 민주당 등 진보 문화계의 어젠다인 ‘문화의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현재 대통령실 대변인인 강유정 의원은 앞서 4월 민주당 문예특위 위원장으로 참석한 한 포럼에서 “새 정부는 문화 분야에서 산업적 성과와 함께 공공성, 노동권, 포용성 등 사회적 가치 실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관료들이 탁상에서 자기 마음대로 정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문화계 상황을) 모르죠”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장관 후보군에서 관료 출신은 배제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유인촌 현 장관의 유임 이야기도 나온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 의원이 그를 언급하면서다. 정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K콘텐츠 발전을 위한 정당 보상체계 도입 공청회’에서 축사를 통해 자신의 문화 정책 경험을 이야기하며 “20년 전 국회의원이 되고 문화관광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당시 서울문화재단 유인촌 대표, SM 이수만 사장 등 문화예술 대가들을 찾아가 공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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