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학교 급식 조리사들은 희망할 경우 저선량 폐CT 검사를 받을 수 있으며 검사 결과 폐암 의심 소견이 나오면 정밀검사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지역마다 검진 기준이 달라 사각지대에 놓였던 조리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단일 검진 기준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폐암 검진 정례화를 통해 조리사들의 건강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예산 확보가 관건인 만큼 현실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고용노동부·교육청 관계자 등이 참여한 학교 급식종사자 폐암 예방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는 최근 폐암 검진 공통 기준안을 마련한 후 해당 기준안을 17개 시도 교육청에 전달했다. 그간 시도 교육청마다 제각각이었던 검진 기준이 처음으로 단일화된 것이다. 기준안에 따르면 자가 문진표를 통해 폐암 고위험자로 분류되거나 고위험 대상자는 아니지만 원할 경우 무료로 폐CT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자가 진단을 통해 고위험 대상자로 선정된 조리사들에게만 폐CT 검사 비용을 지원하고 있는 교육청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사 대상을 확대하면서 이론적으로는 전국 6만 급식 조리사들 모두가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밀검사 대상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폐암이 의심되는 이들로 정했다. 매우 의심, 의심, 경계성 결절, 양성 결절 등 교육청마다 정밀검사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이 달랐는데 추가 검사 시 방사선 노출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의심 이상 소견이 나온 조리사들로 검사 대상을 제한한 것이다. 검사 기준이 마련됨에 따라 교육청은 기준안을 바탕으로 검진 기본계획을 세우게 된다. 검사 주기, 비용 지원 범위 등은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정한다.
범부처 TF까지 구성해 검진 기준안을 만든 것은 폐암에 걸리는 조리사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급식 종사자 4명이 폐암을 진단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23건과 비교하면 줄기는 했지만 열악한 근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폐암 진단 건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암 유발 물질로 알려진 조리흄은 고온에서 기름을 사용해 음식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데 업무 특성상 조리흄을 완벽히 없애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리흄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육 당국이 급식실 환경 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생각보다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유치원을 포함한 초중고 급식실 가운데 환기 시설 개선 대상인 1만 722곳 가운데 실제 이행된 학교는 3909곳에 그쳤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조리 종사자분들이 우려하지 않을 수 있도록 검사 기반을 구축하겠다”면서도 “예산 사정에 따라 기준안이 조정될 수는 있다”고 밝혔다. 노동계에서는 검진 기준 마련을 환영하면서 환기 시설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민정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노동안전국장은 “권고안이기는 하지만 단일화된 검진 기준이 마련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폐암 예방을 위해서는 환기 시설 개선과 인력 충원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