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1945년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핵무기 개발 계획을 성공시키고 당시 최고의 과제였던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낸다. 이 프로젝트에는 당시 돈으로 20억 달러와 10만 명의 막대한 인력이 동원됐다. 이제는 그런 국가적 동원을 상상하기 힘들다. 미국에게 인공지능(AI) 개발 계획은 21세기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AI 개발에는 얼마나 많은 돈과 사람이 투입될지 계산조차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는 정부 주도가 아닌, 위험을 감수하고 보상에 베팅하는 실리콘밸리의 민간인 ‘기술 낙관주의자’들이 있다.
고도화된 위험이지만 그럼에도 이익은 막대한 새로운 시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시대의 작동 원리는 결국 ‘장기적 우위’, 이른바 ‘에지(Edge)’를 두고 하는 경쟁이다. 신간 ‘리스크테이커(원제 On the Edge)’는 어떤 이들이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지 밝혀낸다.
예측 전문가, 프로스포츠광이자 포커 플레이어로도 활약해온 저자 네이트 실버가 보기에 위험과 수학, 야망을 토대로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도박꾼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포커의 전설, 헤지펀드 거물, 가상자산 투기꾼, 심지어 AI에 세계의 미래를 걸려는 사람들까지. 이들은 카지노와 벤처캐피털 회사, FTX의 밀실과 ‘효율적 이타주의’ 진영에서 두루 활약하며 첨단 금융에서 AI가 만들 미래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앞날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저자는 전문성을 갖춘 위험감수자, 곧 리스크테이커들이 모인 공동체를 ‘강’이라 부른다. 이들 ‘강사람’들은 금융, 기술, 정치의 다음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리스크테이커는 변동성을 향한 갈망과 우위를 점하려는 끊임없는 열망을 숨기지 않는다. 숫자를 좋아하는 그들은 ‘기댓값’을 근거로 베팅하며 위험과 불확실성을 피하지 않는다.
재빠르게 돌아가는 머리로 큰 판돈을 걸며 때로 자신만의 신화에 취한다. 본능적으로 통념을 거부하고, 경쟁심이 강하며, 복잡성을 당연시하되 어떻게 처리할지에 집중한다. 그들의 사고 방식을 넘어 결점까지 이해할 때 비로소 무엇이 앞으로의 세계를 주도할지 내다볼 수 있다.
저자는 책에서 모든 것이 고도화된 21세기에 위험 감수 분야 실력자들의 전략과 사고 방식을 분석해 위험과 불확실성에 관해 업데이트된 통찰을 제시한다. 또 ‘성공하는 위험감수자들의 13가지 습관’이라는 주제로 계량적 위험감수자들과 그 밖에 신체적 위험을 감수하는 전문가들의 공통점을 집중 조명한다.
현대 생존 조건 3대 원칙은 주체성, 다수성, 상호성이다. 이 원칙들은 강의 가장 견고한 가치관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태동시킨 18세기의 사상과 결합된 결과다.
저자는 3대 원칙이 지금처럼 우리 문명이 위험에 처한 시기를,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삶을 판돈으로 걸어버린 이 ‘게임’을 잘 헤쳐나가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3만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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