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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없던 6개월, 관광공사 사장 없는 1년6개월+& [최수문 선임기자의 문화수도에서]

작년 1월부터 관광공사 업무 공백

‘조종사 없는 태권브이 신세’ 비유도

덩달아 관광 실적도 기대에 못 미쳐

새 정부는 전문가 제대로 확보를

로보트 태권브이(피규어) 최수문기자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30일 기자회견을 방송으로 보다가, 필자가 좋아했고 지금도 역시 좋아하는 로보트 태권V(브이) 이야기가 나와서 엄청 반가웠다.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했다. 한국 관광의 현실 때문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제가 예를 들어서 이런 말씀 드리는데, 공직사회는 로보트 태권브이 비슷해서 그 자체로 엄청난 힘을 갖고 있죠. 그런데 결국은 그 헤드에, 조종간에 철수가 타면 철수처럼 행동하고(원작에 따르면 정확히는 ‘훈’이 탄다), 영희가 타면 영희처럼 행동하죠. 그러나 철수나 영희가 아무것도 안 하면, 결국 공직사회 그 자체가 제자리에 주저앉아서 엉뚱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관광 이야기를 하자면, 현재 한국관광공사 사장 자리가 공석이다. 지난해 1월 10일 국민의힘 출신의 김모 전 사장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고 뜬금없이 1년 만에 사퇴(원래 임기는 3년)를 한 이후로 계속 공석이다. 사장 공석에 따른 직무대행 체제가 무려 1년 6개월째다. 그동안 2~3번의 신임 사장 공모가 있었지만 대통령실의 낙하산 논란 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모두 무산됐다.

지난 12·3 계엄과 12·14 국회 탄핵소추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후 올해 6·3 대선까지 6개월 동안 대통령 업무 공백이 있었는데 한국관광공사의 업무 공백 기간은 그것의 3배다. 그리고 공백 기간은 한참을 더 길어질 듯하다. 차라리 누군가 ‘낙하산’이 와 있었다면 한국관광공사가 이처럼 훈이나 영희가 없는 로보트 태권브이 신세는 아니었을 것이다.

6·3 대선 이후 이제는 윤석열 전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이 여전히 남아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도 한 달을 넘겨 업무 공백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문화계 인사들과의 공개 간담회에서 ‘글로벌 소프트파워 빅5 문화강국을 실현할’ 문체부 장관 찾는 것이 어렵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어쨌든 마찬가지다. 문체부 장관 찾는 일이 언제는 쉬웠겠는가. 역시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했던 2017년 문재인 정부 때는 21일만에 문체부 장관을 찾았다. 지금 문체부도 ‘철수’ 없는 로보트 태권브이에 다름 아니다.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서영충 한국관광공사 사장직무대행, 이부진 한국방문위원장 등이 지난 6월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코리아뷰티페스티벌’ 개막식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광 분야 성적으로 보자. 보통 성적의 기준은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 숫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들어 1~5월 누적 방한객은 721만 명이었다. 코로니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03.5%다.(3.5%가 늘었다는 의미) 코로나 이전 수치를 회복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당초 목표에는 미치지 못한다.

문체부는 지난 2024년을 시작하면서 외래 관광객을 2000만 명 유치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발표했다. 하지만 며칠 가지도 않은 1월 10일에 관광공사 사장이 선거 출마를 이유로 중도 사퇴를 했다.(지역구에 출마했던 해당 사장은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도 떨어졌다) 그리고 지난해 방한객은 1637만 명에 그쳤다.



올해 목표는 다소 낮췄다. 문체부는 올해 방한객 목표를 1850만 명이라고 밝혔다.(2019년이 1750만 명으로 역대최대) 하지만 1~5월 증가율을 올 한해 전체에 대입하면 올해 방한객 총숫자는 1811만 명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목표 달성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새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는 문체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해인 2030년 외래 관광객 연간 3000만 명 달성하겠다고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첫번째 관광 분야 장기 목표 제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200만 명 이상씩 방한객을 늘려야 하는데 역시 쉽지 않다.

연간 외래 관광객 3000만 명을 국내에 수용하려면 사실 혁명적 관광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이들을 재울 수 있는 충분한 숙박시설에 더해 교통망, 체험거리, 먹거리, 응대인력, 관광시스템 등이 필요하다. 올해 3분기에 하겠다는 중국 단체관광객 비자 면제도 감감무소식이다. ‘진공 상태’ 문체부가 제 역량을 회복하고 특히 한국관광공사 조직이 재활성화되려면 아무리 빨라도 올해 연말이나 돼야 할 듯하다.

또 우려되는 것은 지난 국민의힘 정부에서 불거졌던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관련한 ‘낙하산’ 논란이, 이번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도 있지 않을까 해서다. 정말 이번에는 제대로 된 관광 전문가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관광이 기로에 서 있다. 먼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부터 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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