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치권에서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와 함께 부유세 도입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고액 자산가에 대한 증세를 통해 세수 기반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자본 유출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은 이날 부유세 검토설과 관련해 “향후 예산안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총리는 어깨가 넓은 사람들이 더 많은 짐을 짊어져야 한다고 거듭 말해 왔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현지 언론들은 키어 스타머 내각이 부유세 도입 배제를 거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영국의 부유세 도입 논란은 전날 닐 키넉 전 노동당 대표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그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1000만 파운드(187억원) 이상 자산에 2% 세금을 부과할 경우 연간 110억 파운드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키넉 대표는 “이는 안전한 수입이 될 것이고, 전국에 우리가 형평의 정부임을 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노동계에서도 부유세 지지 성명을 발표하며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스타머 총리와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그간 여러 차례 부유세 도입 계획이 없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최근 복지 개편안 철회 등으로 재정 운영 여지가 줄어들면서 고소득층을 겨냥한 추가 증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FT는 “재무부는 새로운 부유세 도입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기존 세율 인상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서 “이는 결국 고소득층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역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고소득자나 자산가들의 자본 유출로 세수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이다. 제1야당 보수당의 멜 스트라이드 예비내각 재무장관은 “노동당의 부자 때리기는 이미 많은 고소득 납세자들을 영국 밖으로 떠나게 만들었다”며 “이제는 그 잘못된 정책의 후유증을 메우기 위해 또 다른 증세를 준비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편 영국 재무부는 이날 “세금에 관한 결정은 예산 발표 시점에 이뤄질 것이며 추측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우리는 ‘서민 보호’라는 공약을 지키고 있으며 국민들이 요구한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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