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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산업규제, 틀 밖을 보라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 사진 제공=벤처기업협회




대한민국 경제팀의 진용이 새롭게 갖춰지고 있다. 특히 기업인이 전면에 배치된 점이 두드러진다. 성장과 실용을 강조한 이번 정부의 철학이 반영돼 규제보다는 진흥에 방점을 찍을 산업·기업 정책의 변화가 예상된다. 또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며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기업인 입장으로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모든 정권마다 ‘규제 혁신’의 외침은 반복돼 왔지만 그 외침이 실효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가 많다. 규제 혁신은 단순히 규제를 없애고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과 국민의 편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규제 혁신은 규제가 반드시 필요한지, 더 좋은 대안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

협회가 조사한 벤처기업 대상 규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3%가 우리나라 산업 규제 강도가 외국에 비해 ‘강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42.5%는 ‘매우 강하다’고 답했다. 현실은 심각하다.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 중 17곳은 한국의 현행 법률상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만큼 현실의 규제 강도는 매우 높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은 기존의 과도한 규제, 신산업 진입장벽,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규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환경 속에서 기득권 세력과의 불균형한 경쟁을 강요받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혁신을 저해하고 나아가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신산업 영역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나올 때 기존의 전통적인 법·규제 체계에 부딪혀 힘들게 개발한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하지 못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원인은 법령에 명시되지 않으면 불법으로 간주되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 때문이다. 혁신은 기존의 틀 밖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산업 규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도입 취지에 비해 한계가 뚜렷하다. 현재는 대부분 일회성 실증에 그치고 있으며 기간 만료 후 연속성이 담보되지 않아 근본적인 규제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해 많은 전문가·업계 등에서는 우리나라 규제 체계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적극 동의하는 부분이다. 다만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면 개편은 시간과 속도 측면의 한계가 있어 단기간 내 실현이 어렵다는 현실도 존재한다.

따라서 규제 접근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규제 혁신 기준 국가 도입’이라는 해법을 갖고 있다. 미래 신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국가를 기준으로 설정하고 그에 맞춰 국내 산업 규제를 고강도로 혁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관료나 교수들이 아닌 민간 기업인이 중심이 되는 ‘대통령 직속 규제 혁신 기구’ 설치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산업 규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것도 필요하다. 중앙정부에서 일괄적으로 규제를 통제하는 방식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잡기 어렵다. 각 지역에 특화된 미래 신산업을 중심으로 지방 여건에 맞게 실험하고 지역 주민과 소통을 통해 필요할 경우 규제를 만들고 수정하는 권한을 부여하며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

진정한 혁신은 불필요한 규제가 없는 환경에서 가능하다. 올바른 규제는 기업이 제도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그 혜택이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반면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는 기업과 국민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며 특히 벤처기업의 혁신 활동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된다.

새로 출범한 정부가 속도감 있는 규제 혁신과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한층 더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규제 혁신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의 활성화를 이끄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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