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보다 2.9% 올랐다. 17년 만에 최저임금 심의에 참여하는 노사가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사 합의는 노사가 원하는 수준을 양보했다는 의미다. 정부가 이들의 양보에 보답하는 정책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 1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보다 2.9% 인상하는 데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시간급으로는 1만320원, 월 기준으로는 215만6880원(209시간 기준)이다. 노·사·공 합의는 17년 만이다. 이번 합의를 포함해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래 노·사·공 합의는 8번뿐이다.
최저임금 합의는 올해 심의 시작부터 14.7% 인상을 원한 노동계와 동결을 촉구한 경영계가 크게 양보했다는 의미다. 그동안 최저임금 심의는 대부분 표결로 마무리됐다. 노사가 원하는 수준을 끝까지 고집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결정된 최저임금을 두고 노사 모두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사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만족하지 않지만, 새 정부 출범 후 사회 통합 차원에서 합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에 노동계 대표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저임금 노동자는 큰 실망을 했을 것 같다, 이재명 정부는 생계비 부족분을 보완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위의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용자위원도 이날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경영난을 감안하면 동결이 필요했다”며 “정부는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을 위한 정책들을 보다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난 심화나 일자리 축소와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말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최저임금위의 다른 노동계 대표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최저임금 합의 전 저율 인상 가능성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심의를 중단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 대한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노정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민주노총과 소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인재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퇴장은 (공익위원이)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좀 더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더 많이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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