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청 폐지와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하는 검찰·사법 개혁 관련 법안들을 속도전으로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대표 경선에 출마한 정청래 의원은 10일 후보 등록을 마친 후 “검찰·언론·사법 개혁은 임기 초 3개월 안에 전광석화처럼 해치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선에 함께 출마한 박찬대 의원도 “(검찰 개혁 법안은) 결단만 하면 8월에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검찰청을 공소 제기·유지를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바꾸고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은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에 넘기는 것이다. 여당은 대법관을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등 사법부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1일 “검찰 개혁처럼 중요한 사안은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할 수 있다”며 국회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검찰 개혁은 기소 독점권을 가진 검사의 횡포 등 고질적 병폐를 수술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범죄로부터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는 대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수사·기소권 분리로 검사의 수사권이 완전 박탈되면 사법 절차가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어 국민 편익이 저하될 수 있다. 대통령이 새로 임명하는 대법관 자리의 상당수를 친여 인사로 채우게 만들 수 있는 대법관 증원법은 삼권분립 등 헌법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사법·검찰 개혁은 정략적 발상과 정치적 이해에서 벗어나 사법부와 검찰이 독립성과 공정성, 중립성을 지킬 수 있도록 백년대계 차원에서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협치와 통합의 정치를 약속했다. 여당이 이를 실천하려면 대법관 증원법과 검찰 개혁법은 물론 양곡관리법·방송3법 등 쟁점 법안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멈춰야 한다. 국회는 관련 기관과 전문가 등 각계의 의견을 경청한 후 여야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쟁점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검찰·사법부 개편을 위한 국회의 숙의는 여당이 독주할 수 있는 상임위원회보다는 여야 동수로 구성되는 사법개혁특위를 통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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