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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에서 협상가로" 젠슨 황, 트럼프 마음 바꾼 비결은 [글로벌 왓]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4월 30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약 3개월 만에 입장을 바꿔 엔비디아가 만든 중국 전용칩의 현지 판매를 허용했다.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에 강경책을 펼쳐온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린데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협상가적 면모가 작용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황 CEO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세계를 누비며 협상가로 변모했고, 중국과의 무역에 강경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조용히 글로벌 비즈니스 이익을 지지하는 백악관 인사들과 관계를 다져왔다고 보도했다.

원래 황 CEO는 로비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엔지니어였다. 과거에 그는 정부와 관련된 업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엔비디아의 전 직원들은 전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깊어지고 엔비디아의 AI칩이 국제 안보와 얽히면서 황 CEO는 워싱턴이라는 경기장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후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여행에 동행하고, 의회에 서서 의견을 피력하고, 워싱턴에서 기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며 협상의 기술을 키워왔다. 이는 지난주 황 CEO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자사 칩의 중국 판매 재개 필요성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졌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미국산 칩이 세계 표준이 돼야 한다며 중국 시장을 중국 현지 경쟁사들에 내주는 것은 중대한 실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시도가 먹혔던 것은 아니다. 황 CEO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백악관을 방문해 첫 대면을 하고 AI 정책과 반도체에 대해 논의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H20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황 CEO를 트럼프 사저가 있는 마러라고로 초청해 마지막 협상 기회까지 제공했지만 황 CEO가 H20의 성능을 축소 설명했다며 결국 H20 판매 중단을 공식화했다.



해결의 실마리는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백악관 인공지능(AI)·가상화폐 차르가 황 CEO를 지지하면서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황 CEO는 색스 및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의 AI 수석 정책 고문인 스리람 크리슈난과 자주 의견을 나눴다. 중국 화웨이가 지난 4월 발표한 AI 칩(CloudMatrix 384)이 미국 제품과 대등한 성능을 보이면서 색스도 경각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황 CEO는 5월 트럼프와 함께 중동을 방문했고 색스는 엔비디아의 첨단 칩 수십만 개를 매년 공급해 아랍에미리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허브를 건설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서 트럼프는 황 CEO를 "내 친구"라고 불렀고, 엔비디아 내부에서는 이를 '중대한 돌파구'라고 여겼다고 NYT는 전했다.

중동 수출길을 연 황 CEO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중국 판매 재개를 밀어붙였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 쐐기못을 박은 것은 미국 내 5000억 달러(약 696조 15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하겠다는 황 CEO의 승부수였다. 황 CEO는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트럼프의 리더십, 정책, 지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력한 격려 덕분에 미국의 제조업이 이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트럼프를 치켜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한 황 CEO는 싱크탱크와 백악관 관계자들에게 "미국 기술 스택은 글로벌 표준이 돼야 하며 달러처럼 전 세계가 그것을 기반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에게도 같은 논리를 펼쳤고, 옆자리에 있던 색스도 지원 사격을 했다. 한 시간 가까운 회의 끝에 트럼프는 마침내 엔비디아의 중국 내 칩 판매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엔비디아의 AI 칩 중국 수출 재개는 황 CEO가 기술 산업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자리 잡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엔비디아가 단순한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기업에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장 기업이자 AI 붐의 핵심 기업으로 도약했음을 상징한다고 NYT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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