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선이 치러질 때마다 미국 청년층의 감정적 피로가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투표 결과보다 선거 전 뉴스와 긴장감이 정신 건강에 더 큰 타격을 준다는 분석이다.
최근 정신의학 연구(Psychiatry Research)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선거 기간 동안의 스트레스가 젊은 성인의 우울증과 불안 증상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뉴스 보도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경우 중등도 이상의 정신 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컸다.
반면 실제 선거 결과에 대한 스트레스는 우울이나 불안 증상과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실망스러운 결과보다 그 결과를 기다리며 느끼는 긴장감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정치 뉴스가 정신적으로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진이 ‘COVID-19 성인 회복탄력성 경험 연구(CARES)’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다. CARES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2025년 초까지 미국 젊은 성인을 추적한 장기 설문조사로 이번 분석에는 2022년과 2024년 대선 직후 응답한 778명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스트레스를 세 가지로 분류해 분석했다. △선거를 앞둔 시기의 긴장감 △선거 결과에 대한 반응 △정치 뉴스 보도로 인한 스트레스다. 이와 함께 참가자들의 정신 건강 이력, 경제적 어려움, 회복탄력성, 정치 성향, 성 정체성, 성적 지향, 인종 등의 배경도 함께 고려했다.
그 결과 선거 뉴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참가자일수록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과 불안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았다. 선거 전 긴장감 역시 우울 증상과 관련이 있었으나 불안 증상과는 뚜렷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특히 성 소수자로 정체성을 밝힌 응답자들의 경우 우울 증상 경험 비율이 더 높았다. 연구진은 “이번 선거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생식권, 트랜스젠더 의료 서비스 등은 해당 집단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며 “일부 뉴스 보도나 정치적 수사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층의 미디어 소비 방식도 영향을 미쳤다. “젊은 세대는 온라인 뉴스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치를 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쉽게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며 “정치를 피하려는 사람들조차도 쏟아지는 정보로부터 도피하기 어렵고 이는 무력감·두려움·절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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