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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몰이와 美여론전…누가 모스탄을 불러내나 [송종호의 여쏙야쏙]

<64>끝나지 않은 12·3비상계엄

부정선거 모스탄…주한 미대사 하마평

전한길 국민의힘 입당이어 당대표 무게

尹구속 이후 극우 마지막 희망…'트럼프'

친중정부 프레임 씌워 "트럼프 도와달라”

브라질 마냥 관세50%폭탄 등 배제 못해

모스탄 목소리 커질 수록 한미동맹 균열

모스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전 미국 국무부 국제사법 대사)가 지난 17일 서울 은평구 은평제일교회에서 열린 모스탄 전 대사 초청 간증 집회에서 설교에 앞서 기도하고 있다. 뉴스1




공교롭고 기이합니다. 모스탄(한국성명: 단현명)미국 리버티대학 교수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12월3일 날벼락같은 비상계엄 이후 대한민국은 6개월 여 부침을 겪었지만 조기 대선 끝에 새 정부를 출범시켰습니다. 비상계엄을 지시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구속됐고 대한민국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에 주요7개국(G7)을 비롯한 유엔 등 세계가 찬사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뜻밖의 인물이 뉴스의 중심에 서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을 만나려는 모스탄과 모스탄에 의지하려는 윤 전 대통령’ 이들은 한미관계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며 퇴행의 불씨를 살리는 모습입니다. 이들에게 통로를 만들어주는 제1야당. 이들을 지지하는 또 다른 군중. 12·3비상계엄이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전조였을 뿐이라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모스탄을 환영하기 위해 모인 600여명의 지지자. 사진제공=인천공항공사


尹 “모스탄과 미국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모스탄은 윤 전 대통령에게 “하나님께선 여전히 주권자 되시며 저는 진심으로 하나님께서 대한민국을 구하실 것이라고 믿는다”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모스탄 교수와 미국 정부가 세상의 정의를 왜곡하는 세력, 그리고 그들이 구축한 시스템과 대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글로벌리즘은 완전히 배신 당했다. 공산주의 네오막시즘, 완전히 구축된 권위주의 독재체제, 초국가 경제권력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고 답을 보내줍니다. 또 “글로벌리즘은 거대한 기득권 카르텔을 구축해 국가도, 주권도, 자유도 거기에 매몰되고 이제는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덧붙여 놓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ㅇ연합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모스탄이라는 인물이 어떤 위치의 인사이길래 윤 전 대통령을 옥중 접견하려 했고 이 같은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하나님과 미국을 고리로 윤어게인을 실현시켜줄 사자취급을 받는 걸까요.

미국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를 지낸 바 있는 모스탄은 이번 한국 대선이 부정선거로 치러졌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특히 지난 6월 워싱턴 D.C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진행된 국제선거감시단(IEMT) 기자 회견에선 허위사실이라고 법원에서 확인한 ‘이재명 소년원 복역설’을 주장합니다. 여기서 IEMT는 이름이 주는 권위와 달리 미국의 많은 민간단체 중 하나로 겨우 올해 3월 결성됐습니다.

모스탄, 美 이익 쫓아 李대통령 악마화…친중 프레임 확대


이 단체에서 활동하는 모스탄은 이 대통령의 어린 시절을 악의적으로 설정해 검찰마저 괴담이라고 판단한 가짜뉴스를 미국에 유포하는 한편 이재명 정부가 친중정부라는 프레임을 미국 조야에 퍼트리고 있습니다.

미국 상황에 정통한 이들은 모스탄의 주장과 행동을 한 개인의 일탈로 취급하기에는 그가 한국과 미국의 연결 매개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최근 공개된 이 대통령을 만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미국내 친중 정부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모스탄 같은 인물들의 주장이 미국 내에 제법 퍼져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본다”며 “친중정부 프레임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거리를 벌리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해석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 전 대통령이 모스탄에게 “미국 정부가 고군분투한다”고 메시지를 내놓은 배경이 이것입니다. 자국우선주의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워 차기 주한미국대사까지 거론되는 모스탄은 미국 이익을 위해서 뛰고 있는 데, 한국 전직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위태해지든 말든 현정부가 좌파-친중정부라며 모스탄에게 추파를 던지는 모양새입니다.

말로 옮기기도 어려운 이 대통령과 관련한 음모론을 대놓고 주장하며 부정선거에 힘을 싣는 모스탄이 주한미국대사가 됐을 때 윤어게인이 진짜 실현될 것이라고 착각을 했거나 주변에서 부추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국의 대통령을 한 사람이라면 그 판단을 거두는 게 맞습니다.

‘윤어게인 환호’…모스탄 치켜세울 수록 한미 동맹은 균열


트럼프 대통령은 지독하게 자국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반중 전선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재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반중 전선에 올라타기 위해 현직 대통령을 친중으로 몰아가는 모스탄에 의지하는 게 최근의 상황입니다.



모스탄이 아니더라도 주한 미국대사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이 하나같이 반중 선봉대에 있습니다. 고든 창 변호사도 대표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던 도중 객석에 있던 창을 '위대한 고든 창'이라 부르며 일으켜 세운 뒤 자신의 대중국 정책에 관한 평가를 공개적으로 구하기도 했습니다. 모스탄의 이름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모스탄은 최근 보수단체 주최 간담회에서 스스로 주한미국대사 후보에 포함됐다는 식으로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논란을 빚어온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 전 미국 국제형사사법대사(리버티대 교수)가 지난 15일 서울대 정문 앞에서 간담회를 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한미국대사, 반중인사 하마평…모스탄 스스로 후보군


CPAC는 한국보수정치행동회의(KCPAC)라는 한국지부도 있습니다. KCPAC는 재미동포 자산가로 알려진 애니챈이 2019년 창설했습니다. 이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운동’과 이념 등의 복제를 통해 한국과 미국 양국 정치권에 부정선거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상반기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전광훈 목사와 국내 극우 성향 매체, 유튜버 등을 후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부 매체를 통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꾸준히 부정선거와 그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주장해온 최원목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도 KCPAC의 공동의장입니다. 지난 2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KCPAC총회에 참석해서도 “앞으로 주기적으로 선거부정이 생길 것이고, 중국 공산당이 분명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자리에 있던 민경욱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님, 지금 동맹국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선거 사기가 어떤 모습인지 아시죠. 제발 빨리 행동해 주세요”라고 간청하기까지 합니다. 같은 시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부정선거 집회가 이원생중계되는 사이, 서울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였습니다.

교수·목사·총리·의원…엘리트층의 美여론 형성 노력


부정선거론을 확산시키며 현 정부를 친중으로 몰아가는 윤어게인 성향의 조직은 이처럼 정치인 뿐만 아니라 교수, 목사와 전직 총리까지 정치, 사회 엘리트층이 겹겹히 쌓여 미국에 여론을 형성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여론을 트럼프 대통령이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가뜩이나 상호관세 협상 등 통상문제 해법을 만들어야 하는 한국 정부로서는 윤어게인의 대미 여론전 탓에 한 수 접고 협상에 나설 수도 있는 것입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처럼 친위쿠데타를 추진하려다 수감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에 대한 “마녀사냥식 재판”의 중단을 요구하며, 브라질에 대한 관세를 50%로 인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대사에 모스탄을 임명하고 관세협상을 하는 동안 꾸준히 협박을 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습니다. 이런 위기 상황을 노리고 윤어게인 성향 조직 등이 현 정부가 친중정부라는 식으로 한미동맹을 이간질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며칠전 모스탄은 서울 은평의 은평제일교회를 방문해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와도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전 씨는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대표를 직접 나설 수 있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유에스에이(USA)”를 외쳤고, 교회 안에서는 그를 주한 미 대사로 보내달라고 미국에 청원하자는 서명운동도 진행됐습니다.

권력 유지를 위해 부정 선거론을 퍼트렸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취임을 막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려고 했다가 기소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연합뉴스


엘리트 네트워크·대중적 공동체 이해 기초로 대응책 필요


이런 모습을 보면 미국 이익을 쫓는 모스탄과 이에 올라타려는 정치 엘리트들의 여론전에 다시 일부 군중이 반응을 하는 악순환이 윤 전 대통령이 첫번째 구속에서 풀려난 뒤 탄핵 직전 상황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양승훈 경남대 교수 등과 12·3계엄 이후의 상황을 ‘광장이후’라는 책에서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12·3계엄 선포가 위로부터의 국가폭력이었다면, (서부지법 폭동 등의) 극우의 부상은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집단적 폭력이 헌정을 위협하는 매우 낯설고 새로운 현상이었다. 한국의 극우는 국가기관과 정치, 사회 여러 분야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엘리트 네트워크와 대중적 공동체, 사회단체들을 포함한다. 따라서 그 조직과 이데올로기, 대중적 기반을 정확히 이해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찾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

새 정부가 들어섰고 윤 전 대통령과 계엄 획책 세력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상처입은 민주주의에 회복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송종호의 여쏙야쏙]연재를 재구성할 예정입니다. 2020년 9월 30일부터 여·야의 속사정을 ‘쏙쏙’ 알기 쉽게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해 2022년 중단했던 여쏙야쏙은 지난해 12월 3일 이후 다시 연재를 시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사이 대선을 거쳐 새정부가 출범했습니다. 한국의 정치적 변곡점으로 기록될 지난 6개월 여를 거친 뒤 여쏙야쏙도 국회에 갇힌 이야기가 아닌 경제정책과 외교·안보 분야까지 시선을 확대해 독자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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