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겨냥한 조은석 특별검사팀 수사가 ‘8부 능선’을 넘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구속한 데 이어 추가 기소까지 성공하면서 12·3 비상계엄 사건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내란 관련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내란 특검이 이적죄를 중심으로 향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특검팀은 19일 윤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경호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3대 특검 가운데 첫 기소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수사에 협조치 않는 등 이른바 ‘버티기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어 추가 조사 시도가 무의미하다고 판단, 그를 구속한 지 9일 만에 ‘조기 기소’를 결정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외관만 갖추려 일부만 소집함으로써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 9명의 헌법상 권한인 계엄 심의·의결권을 침해한 혐의를 받는다. 비상계엄 해제 후에 계엄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부서(서명)한 문서에 의해 이뤄진 것처럼 허위 계엄 선포문을 만들고, 대통령기록물이자 공용 서류인 이 문건을 파쇄해 폐기한 혐의도 있다.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이어 3번째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이 수사 개시 한 달 만에 ‘몸통’ 기소에 성공한 만큼 향후 외환 혐의 수사에 한층 가속을 붙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형법상 외환 혐의 가운데 ‘이적죄’ 입증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시각이다.
한 공안 출신 법조계 관계자는 “외환 혐의의 대부분이 외국 또는 적국과 내통해 대한민국을 적으로 삼은 행위가 인정돼야 한다”며 “적국을 위해 군사를 모으거나 군 시설을 제공·파괴하는 게 입증돼야 죄를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이나 적국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혐의 입증 자체가 쉽지 않다”며 “적국이 북한인 데다 행위 자체를 판단했을 외환유치나 여적, 모병이적, 시설제공이적 등 혐의보다는 일반 이적에 초점을 맞춰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형법상 외환죄는 △외환 유치 △여적 △모병이적 △시설제공이적 △시설파괴이적 △물건제공이적 △간첩 △일반이적 등이다. 이 가운데 외환유치·여적은 외국과 통모(남 몰래 서로 통하여 공모함)거나 적국과 합세해 대한민국을 상대로 항적(적과 맞섬)할 때를 의미한다. 모병 이적은 적국을 위해 군사를 모을 때, 시설제공이적·시설파괴이적은 군대나 요새, 진영, 군용에 공하는 선박·항공기, 설비, 건조물 등을 적국에 제공하거나, 파괴한 게 입증돼야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물건제공이적은 적국에 병기, 탄약 또는 전투용 물건을 제공한 죄를 뜻한다. 반면 일반 이적의 경우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자를 처벌한다. 이들 혐의는 최고 사형에서 무기징역, 5~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실제 특검팀은 드론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일반이적죄 등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11월 북한 도발을 유도해 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 목적으로 국방부·합동참모본부를 건너뛰고, 직접 드론사에 평양 무인기 투입 준비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을 의미)의 지시라고 했다’, ‘국방부와 합참 모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 ‘삐라(전단) 살포도 해야 하고, 불안감 조성을 위해 일부러 드론을 노출할 필요가 있었다’는 현역 장교 녹취록도 확보한 상태다. 반면 김 사령관은 합참 지시로 무인기를 투입했을 뿐, 북한 도발을 유도할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특검팀은 드론사 예하 백령도·속초 대대장 등 중간 간부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하달된 지시 내용과 당시 정황에 대한 구체적 진술을 수집해 실체를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또 무인기 투입 작전과 관련, 군의 조직적 은폐 시도가 있었는지도 밝혀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외환 혐의 수사를 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출정 조사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등 강경 대처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하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3차례 강제 구인을 시도했으나 서울구치소가 전직 대통령을 물리력을 행사해 강제로 데리고 가는 것이 어렵다며 주저하면서 불발됐다. 이에 지난 16일 박억수 특별검사보가 강제구인 지휘를 하려 직접 서울구치소를 방문하려 했으나, 윤 전 대통령이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하면서 보류됐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구속 상태인 윤 전 대통령을 대면 조사하는 데 관건은 실제 강제로 데리고 올 수 있는지 여부”라며 “강제력을 발동하는 데 특검은 물론 교정당국까지 인권 침해 등 비판에 대한 부담이 있는 만큼 이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구치소 내 조사실에서 조사할 수 있으나 윤 전 대통령이 묵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만큼 특검팀이 향후 외환 혐의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해 윤 전 대통령을 조사실에 앉히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특검팀은 허위 계엄 선포문 작성 혐의 공범으로 지목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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