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에도 평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장애인 친구들을 도우며 웃음을 잃지 않았던 50대가 삶의 마지막에서도 5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이달 2일 중앙대 광명병원에서 박영분(58·사진) 씨가 뇌사 상태에서 5명에게 간, 양쪽 신장, 양쪽 안구를 기증하고 숨졌다고 21일 밝혔다.
박 씨는 지난달 30일 장애복지센터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결국 뇌사 상태가 됐다.
박 씨의 가족들은 “너무나 착하게 살아왔기에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다른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가길 원했다”며 “몸의 일부라도 누군가의 몸속에 살아 숨 쉬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2남 5녀 중 다섯째로 태어난 박 씨는 어린 시절부터 지적장애를 가졌지만 활발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밝은 성격이었다.
박 씨가 다니던 장애복지센터장(사회복지사)은 “영분 씨는 지적장애 2급이긴 했지만 대화도 잘 통하고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친구들을 돕는 자상한 사람이었다”며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간 따뜻한 사람이니까 하늘에서도 행복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고 했다.
박 씨의 언니 박정민 씨는 “영분아. 따사로운 햇살같이 늘 웃음을 주던 밝은 너를 다시는 볼 수 없다니 믿을 수가 없어. 다음 세상에서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는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고, 좋은 일 하고 갔으니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밝은 웃음을 나누다 삶의 끝에서는 사랑을 나눠준 기증자 박영분 님과 기증자 유가족의 숭고한 생명 나눔에 감사드린다”며 “이러한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환하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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