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이 아닌 오피스나 물류센터 등 비(非)주택 건설 사업장에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보증길이 열렸다. 주택 사업장과 달리 공적 보증을 받지 못해 비주택 사업장은 보증 사각지대에 놓여있었으나, 법률 개정으로 건설공제조합에서 1조 원 한도의 PF대출 보증 상품을 만들어 시행사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
20일 국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최근 회의를 열고 건설공제조합의 보증사업 대상을 시행사로 확대하는 개정 법률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건설산업기본법 제56조에서 규정한 건설사업자 공제조합의 사업 대상에 ‘조합원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발주자로서 부동산개발업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 대한 보증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주택 사업장에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PF대출 부실을 방지하려는 취지다.
건설공제조합은 개정안에 해당하는 비주택 사업장의 시행사를 대상으로 보증 상품을 만들어 놓은 상태다.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본격적으로 상품을 홍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현재 검토 중인 도는 1조 원 규모이지만 한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시행 초기에는 대출 보증 금액이 크지는 않아 상황이 양호한 비주택 사업장 중 자금 조달이 일시적으로 막힌 곳들 위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아직 시행사 대상 PF대출 보증 시 담보를 무엇으로 잡을 지 정해지지 않았고, 시행사의 자산과 사업이행능력을 평가할 기준 등 구체적 내용은 실무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사업성이 양호한 주택 부동산 사업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HF)를 통해 PF대출 보증을 받을 수 있어 자금 조달이 가능했다. 하지만 비주택 부동산 사업장은 PF대출 등에 대한 보증기관이 부재해 사업장 정상화에 어려움이 뒤따랐다. 이에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 등은 지난해 10월 31일 비주택 부동산 사업장 시행사를 대상으로도 건설 관련 공제조합이 PF대출 보증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음달 임시회기 내 본회의 심의를 거쳐 연내 개정안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건설공제조합 재정건전성 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제조합의 자본금은 6조 5700억 원이다. 총 보증한도는 197억 원이고 현재 보증액은 166조 1000억 원으로, 국토부는 건설공제조합의 추가 보증한도가 30조 9000억 원에 달해 이번 보증 확대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건설경기 불안으로 기존 PF대출의 만기연장 및 신규 PF대출 실행이 어려워 시행사의 자금 상황이 곤란해질 수 있다”며 “시행사와 책임준공·지급보증 등 신용 약정을 맺은 시공사도 연쇄적으로 부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건설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입법”이라고 강조했다.
건설경기 악화와 PF 시장 침체로 시행사들의 폐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숨통은 트였지만 정상화하기엔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소 시행사 A대표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부동산 PF 정상화를 언급하고 새 제도 시행을 예고하면서 현장에서는 신규 PF 대출은 거의 없는 상태”라며 “시행사의 PF대출에 공적 보증을 해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한도 1조 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이미 투자 심리가 죽어버린 시장부터 살리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210조 원 규모의 전체 PF사업장 중에서 비주택 사업장을 3분의 1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시행사가 PF대출을 갚지 못해 경·공매로 나온 비주택 PF사업장은 299곳 중 132곳이고 감정평가액은 4조 7204억 2100만 원에 달한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개발 사업이 활발해야 건설사도 일감이 생겨 산업이 커지는 만큼, 시행사 대상 PF대출을 보증하는 것은 건설업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중소 시행사까지 정책 혜택을 보려면 보증 한도를 크게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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