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에게 다음 달 6일 소환을 통보한 김건희 특검(민중기 특별검사)이 윤석열 정부 당시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통일교·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김 여사 소환에 앞서 핵심 의혹들을 최대한 규명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검은 같은 날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불러 조사하는 등 관련 수사에도 가속을 붙였다.
문홍주 특검보는 21일 한국수출입은행 본점과 기획재정부 개발금융국·예산실·공공정책국, 외교부 국제개발협력본부 등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운영 관련 정부 기관들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들 기관에 자료 압수영장 집행의 형식은 갖추되 사실상 임의제출 형태로 받는 방법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날 캄보디아 ODA 사업에 참여한 희림종합건축사무소에도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후원사로 알려진 희림은 윤석열 정부 당시 캄보디아 사업 수주 과정에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청탁이 개입된 핵심 업체로 지목됐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 공사, 사우디아라비아·인도네시아 해외 수주지원단 등에서도 특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다만 이날 압수수색은 일단 캄보디아 ODA 관련 의혹에 한정해 이뤄졌다고 특검 측은 밝혔다.
해당 의혹 핵심 내용은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캄보디아에 대한 EDCF 차관 지원 한도를 기존 7억 달러에서 15억 달러로 확대하는 과정에 전 씨 측 청탁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윤영호 전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해외본부장이 캄보디아 ODA 사업 등 통일교의 주요 현안을 김 여사에게 청탁할 명목으로 2022년 4월부터 7월 사이 전 씨에게 6000만 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와 1000만 원 상당의 샤넬 가방 2개를 건넸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같은 청탁이 오간 시기인 2022년 6월 13일 정부는 캄보디아에 대한 EDCF 차관 지원 한도를 향후 5년간 기존 7억 달러에서 15억 달러로 확대했다.
한편 남세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받는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내란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남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게 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구속의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10월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출동시킨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 문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사령관의 변호인은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구속) 영장에는 일반이적죄가 명시돼있지 않은데, 특검팀은 일반이적 혐의 조사를 위해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반발했다.
특검팀은 김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한 뒤 윤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외환 관련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려고 했지만 이번 영장 기각으로 일부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건너뛰고 드론사령부에 직접 평양 무인기 투입 지시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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