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한국 정부가 다급하게 미국과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과 관련해서는 특정 국가에 관세를 면제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지도부와 만나러 영국 스코틀랜드로 떠나기 직전 주요국들에 대한 관세 협상 상황은 설명하면서도 한국에 관한 협상 원칙이나 진행 경과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스코틀랜드 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출발하기 직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철강과 알루미늄에 매긴 관세를 특정 국가에 대해 면제해 줄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별로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유에 대해 “한 나라에 해주면 모든 나라에 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한국 산업계에도 중대한 문제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국과의 협상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은 앞서 미국과 ‘2+2’ 장관급 무역 협상 회담을 가지려다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계획이 꼬였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방문 수행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2+2 장관급 회담이 연기되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만나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언급 대신 “8월 1일에는 거의 모든 거래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오는 27일 담판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EU와의 무역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50대 50의 확률, 어쩌면 그보다 낮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EU가 (미국에 부과한) 30%의 관세를 낮춰야 하는 거래가 될 것”이라며 “EU는 정말 많은 영토, 많은 국가들을 포함하고 있고 지금 가장 큰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면서 “일요일(27일)에 대서양 통상관계를 어떻게 강력하게 유지할지 논의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도 복수의 EU 당국자와 외교관들을 인용해 미국과 EU가 원칙적인 무역 협정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거대 협상 대상국인 중국에 대해서는 “거래의 틀은 갖췄다(have the confines of a deal)”고 평가했다. 또 우방국 가운데 캐나다를 두고는 “협상이라기보다는 그냥 관세만 내는 쪽이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호주에 관해서는 “훌륭했다”며 “그들은 어제(24일) 처음으로 (시장을) 개방했다”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주요 국가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 대한 관세를 두고는 “거의 200통의 서한을 보낼 예정이고 서한이 나가면 그게 바로 거래”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장, 또는 반 장 분량의 서한에는 기본적으로 ‘당신 나라는 10%를 낼 것이고 15%를 낼 것이고 아마 그보다 적게 낼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까지 무역 합의를 도출한 상대국은 영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일본 등 5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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