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26일 실시된 친중 성향 국민당(제1야당) 소속 의원 24명에 대한 파면(국민소환) 투표가 모두 부결됐다. 친미·반중 성향의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이 ‘여소야대’ 구도를 뒤집기 위해 뒀던 강수가 역전패를 당하면서 정권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파면투표의 개표가 60% 가까이 진행된 가운데 모든 선거구에서 파면 반대표가 더 많아 부결이 확실해진 상황이다. 관련 법에 따르면 파면투표에서 찬성이 반대보다 많으면서 해당 선거구 유권자의 25%를 넘으면 해당 의원의 파면이 곧바로 확정된다. 하지만 현지시간 오후 8시 기준 7곳을 제외한 나머지 선거구에서 찬성표가 유권자의 25%에 못 미쳤다.
이번 투표는 대만 사상 최대 규모이 파면투표이자 라이 총통이 여소야대의 현 정국 구도를 깨고 새로운 동력을 얻으려는 시도로 주목받아 왔다. 민진당은 지난해 1월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았지만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는 113석 중 51석을 얻는데 그쳤다. 특히 제1야당인 국민당이 52석을 차지해 원내 1당이 되면서 8석을 확보한 민중당과 연합, 정부 예산을 삭감하거나 행정부를 견제하는 법안을 잇따라 처리하며 라이 총통의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친여 성향 시민단체들은 국민당 의원들이 친중 행보로 국가 안보를 해친다는 이유로 이들 24명에 대한 파면투표를 청구했다. 만약 이번 투표로 이중 12명 이상이 해임된다면 재·보궐 선거가 열리기 전까지 여당인 민진당이 일시적으로 과반을 점할 수도 있었다. 또 파면 3개월 안에 열리게 돼 있는 선거 결과에 따라 민진당이 의회 과반을 되찾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하지만 이날 국민당 의원 24명의 파면안이 모두 사실상 부결되면서 라이 행정부는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야권은 이번 투표가 총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라며 ‘반(反) 파면’ 운동을 벌였고 지지를 얻어 이번 부결을 이끌었다.
한편 이번에 파면투표 대상이 된 국민당 의원은 총 31명으로 나머지 7명의 투표는 내달 23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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