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재명 정부에 “한국과 마주 앉을 일 없다”며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체 핵 개발 능력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강화된 데 따른 자신감의 표출이라는 국가정보원의 해석이 나왔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30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국정원으로부터 이재명 정부 들어 북한이 견지하는 입장에 대한 분석 결과를 보고받았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최근 담화와 관련해 “북한 스스로 핵 능력이 강화됐고 러시아의 뒷배가,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파병 때문에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유리한 전략적 환경이 조성됐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측면에서 담화가 나왔다”고 국정원의 보고 내용을 소개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자신감을 갖고 대남·대미 담화를 연이어서 내놓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이) 기존의 입장을 견지한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경우에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서 “그래서 당장 대화가 열리거나 그런 데 대한 해석은 일절 없었다”고 덧붙였다.
여당 간사인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부부장의 담화 성격이 대미·대남 두 가지이지 않냐”며 “조건이 갖춰지면 대화할 수도 있다. (북한이) 유리한 입장에서 대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고 국정원이 분석했다)”고 전했다.
앞서 김 부부장은 2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한(남북)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제목의 담화문을 내고 이재명 정부 들어 첫 공식 입장을 냈다. 그는 담화에서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 없다”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이어 29일에는 대미 담화를 통해 “우리 국가수반(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며 미국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냈다.
한편 정보위는 다음 달 27일을 전후해 전체회의를 열고 현 정부 이후 북한의 정세와 현안을 국정원으로부터 보고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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